“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이젠 우리의 꿈이 실현된다는 생각에 밤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대 시흥캠퍼스에서 만난 정서연(재료공학부 2년) 서울대 태양광 자동차 동아리 ‘스누 솔로(SNU SOLO)’ 회장은 작업장에서 막바지 작업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오는 7일 항공편으로 태양광 자동차를 호주에 보내야 하기에 부지런히 작업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10월 세계 최대 태양광 동력 자동차 경주대회 '브리지스톤 월드솔라챌린지 2023'에 참가하는 서울대 태양광 자동차 SOLO 팀이 31일 경기도 시흥 서울대 미래모빌리티동에서 출정식을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 왼쪽에서 네번째 정서연 회장. 운전석에 앉아있는 회원은 김민규 엔지니어링팀장. 1987년 시작된 세계 태양광자동차 대회는 호주대륙 북쪽 다윈에서 남쪽 애들레이드까지 총 3000km의 거리를 6박 7일에 걸쳐 태양광에너지로 종단하는 대회다. /박상훈 기자

‘스누 솔로’는 호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태양광 자동차 경주 대회인 2023 브리지스톤 월드솔라챌린지(World Solar Challenge)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이 대회는 브리지스톤 지원으로 전 세계 청년 엔지니어들이 태양광 에너지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해 경쟁하는 자동차 경주대회다. 호주대륙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3000km 레이싱 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월드솔라챌린지는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43개 팀이 참가하며 오직 태양광 동력만으로 호주대륙의 최북단 다윈(Darwin)에서 출발해 최남단 애들레이드(Adelaid)까지 장장 3000km를 6박7일에 걸쳐 달려야 한다. 1987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2년마다 열리며 브리지스톤이 2013년부터 타이틀 스폰서로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스누 솔로는 2022년 6월 결성된 서울대 신생 동아리다. 어느 날 태양광 자동차 경주대회 개최 소식을 들은 팀원이 무작정 “대회에 한번 나가보자”고 하면서 결성됐다. 학부생 29명이 모였다. 자동차 동아리를 경험한 회원은 고작 2명이었고, 친환경 소재에 관심 있는 친구, 자동차를 좋아하는 친구 등이 하나 둘 모여 팀을 이뤘다. 7명은 자동차에 관심조차 없었다.

구성원에서 보듯 지난 1년 이들의 도전기는 험난하고 눈물겨운 과정의 연속이었다. 직접 차를 설계하고 만든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경비를 마련하는 것 자체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하지만 열정만은 최고였다. 차량 제작비만 2억원, 해외 운송비, 최장 40일간 호주에 머물러야 하는 팀원들의 체류비, 항공료 등 3억원을 마련한다는 것도 동아리 멤버들이 필사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들의 사투는 전공서적과 해외 논문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고 김성우 지도교수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하나 둘 실타래가 풀렸다.

오는 10월 세계 최대 태양광 동력 자동차 경주대회 '브리지스톤 월드솔라챌린지 2023'에 참가하는 서울대 태양광 자동차 SOLO 팀이 31일 경기도 시흥 서울대 미래모빌리티동에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무엇보다 힘겨운 것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겸하며 경비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는 과정 속에 자동차가 부분 부분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동차 제작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도 했다. 카본에 수지를 입히는 인퓨전 작업은 공간이 좁은 관악캠퍼스에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작업이라 시흥캠퍼스로 작업장을 옮겨가며 해야 했다. 자동차 프레임 일부는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화이트보드 판에서 떼온 재료를 썼고, 운전대는 기존의 연구용 차량에서 가져와 장착했다. 어찌 보면 재활용 자재로 만든 태양광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래서 탄생한 것이 태양광 동력 자동차 ‘도깨비’였다.

정서연 스누 솔로 회장은 ‘세상에 마법 같은 변화를 불러오길 바란다’는 뜻에서 태양광 자동차명을 ‘도깨비’로 명명했다고 했다.

스누 솔로가 개발한 태양광 동력 자동차 도깨비는 무게 230kg, 길이 4.6m x 폭 1.4m x 높이 1.3m의 날렵한 탄환(bullet) 형태다. 직접 설계한 항공용 알루미늄(두랄루민) 가공품과 특수 공법을 사용한 조립형 알루미늄 복합 프레임을 사용하고 차체는 가벼우면서 강도와 강성이 높은 탄소섬유복합재(CFRP) 소재를 채택했다. 258개 셀을 연결한 태양광 모듈과 5.4kWh 용량의 25kg짜리 배터리를 장착, 구동모터가 휠에 장착되는 후륜 인휠모터 시스템을 가미했다. 여기에다 에너지를 최적화하기 위해 지능형 주행 알고리즘을 탑재해 즉각적으로 에너지를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도깨비는 평균 시속 60km 이상 최고 시속 80km 이상으로 질주가 가능하다고 했다.

태양광 차 설계 제작을 주도한 김민규(전기정보공학부 3년) 엔지니어링팀장은 “스누 솔로는 석박사 학위자 한 명 없이 학부생들만으로 힘을 합해 독창성을 기반으로 만든 태양광 차다”며 “한계를 뛰어넘고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자는 의도에서 대회에 참가한다”고 했다. 또 “대회 성적보다는 무한한 태양광 에너지를 연구해 친환경 기술의 발전을 앞당기고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스누 솔로팀은 17명. 이 중 7명은 휴학을 택했다. 정 회장은 “학교 다니며 학점 따는 거야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하는 김에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서 (7명이) 휴학을 결정했다”고 했다.

대회 기간 태양광 자동차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달릴 수 있다. 이 시간 외엔 반드시 정차해 숙박하면서 7일간 주행해야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20kg까지 장착할 수 있지만, 종단 중엔 태양광을 통해서만 충전할 수 있고, 태양광 패널도 최대 면적 4㎡, 최대 발전량은 전자레인지 수준인 1000W로 제한된다. 에너지 손실원의 60%인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고, 고속 주행과 사막의 돌풍 속에서 안정성도 확보해야 한다. 우승권에 들려면 5일 내 완주해야 가능하다고 한다. 이들은 완주가 목표다.

스누 솔로팀은 “미국 스탠퍼드대, 일본 도카이대 등 강팀은 자국 기업의 기술 지원을 등에 업고 기부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수월하게 출전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숱하게 밤을 지새우며 자동차 제작을 병행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제 후회란 없다”고 했다.

오는 10월 세계 최대 태양광 동력 자동차 경주대회 '브리지스톤 월드솔라챌린지 2023'에 참가하는 서울대 태양광 자동차 SOLO 팀이 31일 경기도 시흥 서울대 미래모빌리티동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 대회 참가를 계기로 후배들이 태양광차나 전기차 제작에 계속 도전에 나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꿈과 열정은 대학생들의 특권이잖아요.” (김주원·자유전공학부 2년)

“자동차 디자인에 최선을 다 했습니다. 후회 없이 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습니다.” (김지현·디자인과 2년)

“자동차는 배터리 정도만 알았는데 직접 차를 만드는 과정을 보며 소름끼치도록 행복했습니다.” (정서연·재료공학부 2년)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독자적인 기술로 ‘태양광의 페라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민규·전기정보공학부 3년)

스누 솔로 팀원들은 한결같이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들은 대회 출전하기 전까지 관악산 등반을 하며 팀워크를 다질 생각이란다. 대회 기간 사고 없이 완주하려면 팀워크가 절대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브리지스톤 홍보를 담당하는 크로스 커뮤니케이션스 윤종빈 이사는 “브리지스톤은 이번 대회에 혁신적인 타이어 경량화 기술인 엔라이튼(ENLITEN) 기술이 적용된 타이어를 처음으로 선보인다”며 “엔라이튼은 타이어 제조에 소요되는 원재료 사용과 회전 저항을 현격하게 감소시키는 타이어 설계 기술이다”고 했다. 브리지스톤은 스누 솔로를 비롯해 대회에 출전하는 43개 팀에게 이 타이어를 지원한다.

브리지스톤코리아 김헌영 대표이사는 “‘월드솔라챌린지에 나가보자’는 순수한 열정 하나만으로 탄생한 스누 솔로가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지난 1년간 쏟은 열정과 노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이 도전하는 열정적인 모습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바로 우리 눈앞에 바짝 다가온 미래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해 기쁘다”며 스누 솔로의 완주를 기원했다.

대회 주최 측은 이번 대회에 각국에서 온 약 1500명의 대표단이 참가하며, 전 세계 2500만 명이 실시간 중계를 시청한다고 했다. 또 이 대회를 통해 에너지, 자동차, 엔지니어링, 금융, 재료 과학 및 IT 부문에 걸쳐 산업 파트너십을 창출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참가팀은 호주대륙을 종단하며 완전히 자급자족해야 하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위대한 모험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들에게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