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시작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한 가운데, 침수 문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아 대회장 전체가 진흙탕으로 변해 텐트를 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8년 전 일본에서 개최된 잼버리도 새만금과 같은 간척지에서 열렸지만, 이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여러 차례 침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인 지도자 자격으로 이번 잼버리에 참여했다는 네티즌은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보통 이런 대회에서는 텐트를 치고 자야 하는데, 땅이 엄청나게 무르다”며 “텐트를 고정하려면 대못 같은 걸 땅에 박아야 하는데 땅이 무르면 쉽게 뽑힌다”고 했다. 그는 “주최 측에서는 대형 창고형 매장에서 상품 밑에 받히는 플라스틱 팔레트 10만개를 배치하고, 이거랑 텐트를 케이블타이로 고정하면 된다고 한다”며 “장담하는데 비 오면 팔레트째로 흘러내릴 게 뻔하다”고 했다. 이어 “간척지라서 지반이 엄청 불안정하다”고 우려했다. 소셜미디어에도 지난달 쏟아진 장맛비로 생긴 물구덩이가 한낮 더위에 데워져 야영장이 한증막을 떠올리게 한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새만금은 전북 군산과 김제‧부안 앞바다를 메워 생긴 간척지로, 1991년 11월 착공해 19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0년 4월 준공됐다. 이번 잼버리가 열린 곳은 대회를 위해 2020년 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매립한 신생 토지다. 잼버리는 이곳에서 진행된 첫 대규모 행사다.
잼버리 야영장은 애초 농업용지로 조성된 탓에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아 이전부터 침수 우려가 제기됐다. 기울기 없이 평평해 물이 고이기 쉬운 지형인데다, 내부 배수로도 없어 비가 조금만 내려도 흔적이 남았기 때문이다. 불과 3개월 전 사흘간 내린 140㎜ 비에도 물에 잠겨 열악한 야영장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북도는 이후 추가 배수 공사까지 했지만 침수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2015년 7월 28일~8월 8일 일본에서 열린 잼버리도 간척지였던 일본 야마구치현 키라라하마에서 열렸다. 당시 일본의 낮 기온은 35~40도에 육박했고, 습도도 80%까지 치솟았다. 열사병과 탈수, 피부 화상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다수 발생했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온 16세 소년이 스카우트연맹과의 인터뷰에서 “열대 지방 출신이지만 이곳의 습한 날씨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침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야마구치현이 정부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2000년대 초부터 키라라하마에서 전국체전 등 각종 행사를 개최했고, 공원과 다양한 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서서히 개발됐기 때문이다. 여러 해에 걸친 대규모 행사 운영 경험과 잘 조성된 기반 시설은 잼버리를 치러낸 밑거름이 됐다. 게다가 잼버리 개최 2년 전부터 일본은 사전 점검을 시작했고, 배수 문제가 지적되자 대회장 땅을 주변보다 높게 올려 문제를 해결했다. 현재도 이 지역은 각종 체육‧문화행사가 열리는 개최 장소로 사용되고, 평소에는 주민들의 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잼버리 주최 측도 침수 문제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새만금 잼버리 공식 홈페이지는 “간척지 특성상 지면이 고르지 않다. 이동에 불편이 있음을 양해 부탁드린다”며 “운동화나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우천 시에는 장화 착용을 권장했다. 문제를 알았지만 잼버리 개최 때까지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부지 선정에 원천적 한계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북도는 2017년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잼버리를 유치했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정부도 잼버리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힘껏 돕겠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정부는 새만금 기본계획 일부를 변경해 잼버리 부지를 농어촌공사가 시행 중인 농생명용지 조성사업에 포함했다. 일본은 잼버리 부지를 공원과 컨벤션장으로 활용하는 후속 계획이 있었지만, 새만금은 행사가 끝나면 본래 용도인 농지로 반환해야 한다. 침수 문제가 발견됐어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3일 “현재까지 나온 온열질환자는 모두 경증 환자이며 중증 환자는 단 한 명도 없다”며 “어느 나라에서 치르는 잼버리에서든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온열질환 예방과 대응을 위해 30명의 의사, 60명의 간호사 인력을 추가 확보하고 냉방 장비도 추가 설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