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폭염 대책뿐 아니라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대회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폭염에 시달렸다고 했다. 한 독일 스카우트 대원은 “잼버리 현장에 도착해 셔틀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뜨거운 열기에 충격받았다”는 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한 한국 대원은 대회 현장에서 “마치 사우나에 온 것 같다”며 “텐트에서 익지 않으려면 아침 6시에는 기상해야 한다”고 했다.
칠레에서 온 클레멘테 홀마즈발(16)군은 “길 한쪽에 수풀 있는 곳이 있지만 그늘 폭이 한둘만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라며 “그늘에서 물을 많이 마시는 것 외엔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잼버리 대회에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보냈다는 이모(40)씨는 “어젯밤 통화에서 아들이 울면서 ‘퇴소하고 싶다’고 했다”며 “잼버리를 보낸 부모님들끼리 매일 필요한 물건들을 택배로 돌아가면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대회가 열린 새만금 야영장은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로 여의도 3배 면적(8.84㎢)이다. 사방이 트인 간척지 특성상 그늘이 없어 햇살이 그대로 내리쬔다. 대회 셋째 날인 3일에는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치솟았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일 밤 10시 기준으로 99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온열질환자는 207명(20.9%), 뜨거운 햇볕으로 인한 화상 환자는 106명(10.7%)이었다. 개영식이 치러진 지난 2일 밤 10시 30분쯤에는 스카우트 대원 등 83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소방 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해 구급차 46대를 동원했고, 20여 분 뒤인 밤 10시 54분에는 조직위에 행사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개영식에 참석한 행사 자원봉사자는 “아레나에 모여서 단체 행사를 할 때 덥고 습한 날 수만 명의 사람이 한곳에 밀착하니 위험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4만4108㎡ 규모의 아레나에서 대원 한 명당 주어진 공간은 가로 90㎝, 세로 70㎝였다.
잼버리 참가자들은 조직위원회로부터 식재료를 전달받아 끼니를 스스로 해결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생겼다. 음식 재료가 신선하지 않고, 양도 부족해 참가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칠레에서 온 세바스티안 바퀘스(16)군은 “끼니를 충분히 먹지 못해 저녁 시간에 편의점으로 과일을 사러 갔는데 진열대에 거미가 가득했다”고 했다. 상한 음식이 제공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직위가 참가자들에게 제공한 구운 달걀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회 첫날에는 비건 식단이 준비되지 않아 혼란이 있었다고 한다. 칠레 스카우트 인솔자 카탈리나 곤살레스(23)씨는 “우리 팀에 비건식을 하는 아이들이 여러 명 있는데 소고기 위주의 식재료만 제공받아 끼니를 못 챙긴 아이도 있다”고 했다. 다양한 식습관의 세계인들이 참여하는 행사에서 기본적인 것조차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야영장 편의점에서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참여자는 “콜라의 경우 시중에서 2300원에 팔지만 이곳 편의점은 2500원에 팔았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식품뿐만 아니라 생필품인 휴지가 2개에 4000원 할 정도로 서울보다 몇 배는 비쌌다”고 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물류 인프라 문제로 실제로 일부 품목이 15~20% 더 비싸게 판매됐다”며 “시중 가격에 가격을 맞춰 받도록 조치했다”고 했다. 온열 질환 치료 약품 일부가 동나 조직위가 인근 대학병원에 긴급 제공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화장실·샤워실의 위생 문제가 지적됐고, “샤워실에 물이 빠지지 않아 대원들이 장화를 신고 샤워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모기가 들끓는다”는 얘기도 많았다.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잼버리를 비롯해 4차례 이상 잼버리 행사에 참여했다는 자원봉사자 송재무(48)씨는 “15세 때부터 참여해본 잼버리 중 최악”이라며 “새만금에서 전 세계 아이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했다. 송씨는 “똑같은 간척지에서 했던 일본에서도 덥기는 했지만 배수 문제를 겪지 않았다”며 “폭우가 내린 후 폭염이 찾아온 새만금은 고온 다습한 날씨로 바닥이 펄로 가득 차 장화를 신고도 걷기 힘들다”고 했다.
조직위 측은 “폭염 상황에 따라 영내 과정 활동을 줄이고 영외 과정 활동을 확대하는 등 프로그램 운영을 탄력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며 “그늘막 등 폭염 관련 시설을 늘리고, 의료 인력도 확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