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은 8일 야영지였던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일제히 철수했다. 150국 3만6000여 스카우트 대원은 “아쉽다”면서도 서울·경기 등에 마련된 새로운 숙소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날 스카우트 대원들이 머물렀던 새만금 야영장에는 쓰레기도, 남긴 물품도 없었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날 전국 시도 8곳의 대학 기숙사, 기업 연수원 등 131곳으로 향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오전부터 새만금 야영장 퇴영을 준비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잼버리 경관 쉼터에서 내려다본 새만금 야영장은 짐을 싸는 스카우트 대원 수만 명으로 장관을 이뤘다. 대원 2~3명이 모여 차분한 분위기에서 텐트를 해체했다. 축구장 1200개를 합쳐 놓은 규모인 8.84㎢(약 267만평) 규모의 야영지는 텐트가 점점 사라지고 개활지로 변했다. 텐트 아래 깔아둔 팔레트를 한데 모으는 장면도 보였다. 전망대에서 지켜보던 주민 김정자(76)씨는 “어린 학생들의 일사불란한 모습이 인상 깊다”고 했다. 전망대를 찾은 일부 관광객은 탄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대원들은 떠나기 전 잼버리 야영장 내 쓰레기를 바구니나 비닐봉지에 주워 모았다. 일부 야영장에서는 대원들이 일렬로 수십 미터 늘어서서 자기들이 묵은 야영장 쓰레기를 샅샅이 수거했다. 대원들이 떠난 야영장에서는 페트병 한 병, 휴지 조각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칠레에서 온 마르틴 피뇨네스(16)군은 “태풍 때문에 이곳을 떠나게 돼 열심히 청소했다”며 “대학 기숙사로 간다고 들었는데 남은 활동이 괜찮길 바란다”고 했다. 울산에서 온 국제운영위원(IST) 이준혁(19)씨는 “머문 자리에 흔적 남기지 않고,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두는 것이 스카우트 규칙”이라며 “태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떠나지만, 스카우트 대원들은 바뀐 환경에도 잘 적응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인근 대형 주차장에는 이날 새벽부터 야영장을 떠나는 잼버리 대원들을 태우려 45인승 대형 버스 1014대가 모였다. 오전 9시가 되자 주차장에서 대기하던 버스들이 줄지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버스들은 경찰차와 사이드카 등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야영장으로 진입했다. 꼬리에 꼬리를 문 버스 행렬은 한때 5㎞가량 이어졌다.
불가리아 대원 30여 명은 이날 버스를 타려고 도보로 이동하고 있었다. 자기 몸만큼 큰 가방을 앞뒤로 멘 대원들은 리더의 지시에 따라 줄지어 이동했다. 일부 대원이 뒤처지자 다른 대원들이 짐을 대신 들어줬다. 알렉산드리 말리노프(15)군은 “야영장에서 막상 떠나려니 아쉽지만, 새로운 일정이 기대된다”고 했다. 버스에 올라 새만금을 떠나는 세계 각국 대원들은 “아쉽다”면서도 “서울 등에서 하는 활동도 새로울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잼버리 대표단의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순찰차 200여 대와 경찰 헬기 4대를 투입했다. 기동대 20부대와 교통경찰 500여 명 등 경찰관 총 1850명도 투입했다. 경찰은 새만금 행사장에서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까지 18km 구간을 스카우트 대원들을 위한 전용 도로로 운영했다. 교통경찰은 순찰차를 타고 대원들이 탄 버스를 에스코트하기도 했다.
이날 스카우트 대원을 실은 버스가 새만금 야영장을 빠져나가는 데 총 10시간이 걸렸다. 행안부 측은 “당초 퇴영에 6시간가량이 걸리리라 봤는데 가는 곳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오전까지 일부 국가 대원들은 숙소 이동을 두고 혼선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새만금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9시경 대만 참가자를 태운 첫 버스가 출발한 이후로 모두 1014대가 각 행선지로 순차적으로 출발했다”고 했다. 조직위 측은 “미국·영국 등 조기 퇴영한 스카우트 대원들도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함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잼버리의 K팝 콘서트와 폐영식은 오는 11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원들은 폐영식이 끝난 뒤 다시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가 12일부터 차례로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원들이 새만금에서 떠나면서, 잼버리 행사장 철거 작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8일 오후 각 대표단이 꾸린 홍보 부스 등이 마련됐던 델타 구역은 전날 오후부터 진행된 철거 작업으로 절반이 비었다. 행사장 곳곳 그늘막도 철거했다. 현장에는 트럭 수십 대가 현장을 오가며 해체한 그늘막을 실어 날랐다.
조직위 측은 “남은 시설물이 태풍에 날아가 피해를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지침에 따라 나머지 행사장 시설도 신속하게 철거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