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무송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계장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빼돌린 돈을 백화점 상품권 등으로 세탁해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일당 65명을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돈세탁을 거쳐 외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흘러들어간 피해금 가운데 82억원이 확인됐지만 경찰은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이들을 하나의 범죄 조직으로 보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국내 조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먼저 해외 조직원이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접근해 백화점 상품권을 사서 거래실적을 높이면 ‘작업대출’을 통해 신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속인 뒤, 이들로 하여금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게 했다. 개인은 100만원어치 한도의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지만, 사업자 등록을 하면 무제한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조직원 지시대로 고액의 상품권을 구매한 뒤 대면으로 2차 수금책을 만나 상품권을 전달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이와 같은 수법으로 전국 백화점, 마트에서 실제 용도를 속이고 24억을 빼돌린 1차 수금책과 현금 수거책 등 39명을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국내에서 불법으로 거둬들인 피싱 수익금 수수료를 약속받고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허위 증빙 자료를 만든 일당들도 함께 적발됐다. 보이스피싱 해외 조직원들의 국내 지인들로 구성된 중간 수금책 13명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수도권에서 상품권매매소 5개를 차린 뒤 상품권을 사고팔 것처럼 허위 광고를 게재하고 거래 대화 내용과 명세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계좌가 지급 정지되거나 경찰 수사를 받더라도 정상 거래로 판단되면 정지가 풀리고 무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상품권을 구매한다’며 거래 대화를 꾸미고 계좌 이체를 통해 범죄 수익을 반복적으로 세탁했다.

경찰은 해외 직구 대행일을 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이모(33)씨 등 송금책 13명도 사기·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이 중 8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서울 중구 명동에 해외직구 대행사무실을 운영하는 동안 전국 중간 수금책이 세탁한 피해금 82억을 거둬들여 보이스피싱 조직의 해외 계좌로 송금한 뒤 수수료로 약 5억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현금 수거책들은 고수익 알바, 간단한 재택 알바 등에 현혹돼 범행에 가담했는데, 비정상적인 대출로 현혹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이스피싱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번 수사 결과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상품권으로 피해금을 세탁하는 수법이 등장했으며, 신청하면 반나절 만에 발급되는 사업자등록증이 범죄에 악용되는 등 세무 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