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피프티피프티의 전속계약 중단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피프티피프티가 지급받을 수익이 없고, 소속사가 신뢰를 파탄낼 정도로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에 소홀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박범석 수석부장판사)는 전날 피프티피프티가 소속사 어트랙트(대표이사 전홍준)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가처분 결정문을 발송했다.
앞서 피프티피프티는 어트랙트가 정산자료 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프티피프티의 음반과 음원 판매, 연예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그룹 제작에 소요된 비용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즉, 멤버들이 받을 수익금은 아직 없다는 뜻이다.
멤버들이 주장한 정산자료 누락에 관해서는 “일부 수입에 관한 정산 내역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던 점이 보이지만, 어트랙트는 올해 6월 16일 시정을 요구하는 피프티피프티 측의 내용증명을 수령한 이후 계약에서 정한 14일 이내인 6월 말에 누락 부분을 시정했다”고 봤다.
피프티피프티는 소속사 어트랙트가 제삼자인 스타크루이엔티의 선급금 채무를 갚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선급금이란 거액을 투자받은 뒤 추후 음원과 음반 판매로 갚아나가는 일종의 투자금을 말한다. 멤버 측은 스타크루이엔티가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가 개인적으로 지배‧경영권을 행사하는 회사라며, 피프티피프티의 수익으로 이곳의 선급금을 갚아나가는 것은 전 대표 개인 회사에 대한 부당한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프티피프티가 문제 삼은 정산 구조와 이에 따른 전 대표의 배임 여부는 본안소송에서 심리할 사안”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이런 사정만으로 신뢰관계를 파탄시킬 정도의 정산 의무 또는 정산자료 제공 의무의 위반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소속사 측이 멤버들에 대한 건강 관리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피프티피프티 측은 활동이 어려운 멤버의 건강 상태에도 소속사가 일방적으로 활동을 강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멤버의 가족은 지난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인터뷰에서 “(멤버들이) 공황장애로 여러 번 발작을 겪었고, 한 번은 병원에서 실신해 산소호흡기로 깨어난 적도 있었다”며 “소속사에 CCTV도 있었고 숙소에 감시와 통제가 너무 심하고 압력이 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속사가)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멤버 부모들이 음식을 갖다주면 반찬을 전부 거실에 내다 던져버리고 멤버들에게 ‘다 주워서 빨리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하는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속사는 피프티피프티의 건강 관련 문제가 확인된 경우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하고, 진단 내용이나 경과를 확인했고 활동 일정을 조율해 진료나 수술 일정을 잡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또 “멤버 아란의 수술 이후 광고 촬영, 미국 활동 일정 등과 관련한 어트랙트 측 직원의 연락은 일정 조율로 보일 뿐 활동 강요로까지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전속계약 조항에 계약을 위반한 경우 14일의 유예기간 안에 상대방에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피프티피프티 측이 아무런 시정 요구 없이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아란의 수술로 활동이 중단되고, 멤버들이 코로나에 감염돼 각자의 본가로 귀가한 직후 갑작스럽게 소속사에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피프티피프티 측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항고할 가능성이 큰 분위기라며, 법적 다툼을 이어갈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피프티피프티는 ‘큐비드’가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데뷔 7개월 만에 소속사와 법적 분쟁을 시작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피프티피프티는 6월 19일 어트랙트와의 전속계약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달 9일 그룹 멤버 새나(정세현)‧아란(정은아)의 모친, 어트랙트 경영진, 양측 소송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조정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피프티피프티 측은 심문 재개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정신 재판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