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일 옛 언론노조 위원장 신학림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신씨가 대장동 게이트의 중심에 있는 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이자 전직 기자인 김만배씨의 제안에 따라 2021년 9월15일 ‘조작 인터뷰’를 진행하는 대가로 현금 1억6500만원을 ‘책 3권값‘이란 명목으로 받아 청탁금지법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둘의 조작된 대화가 담긴 음성 파일은 6개월 간 파일로만 남아 있다가 대선 직전 뉴스타파의 인터뷰 기사로 보도됐다. 대응도 힘들고, 대응을 하더라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대선 사흘 전 밤 10시 가까운 시점이었다.
인터넷 군소 매체의 일요일 밤 기사 한 건에 친민주당 진영은 민첩하게,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친민주당 성향의 제도권 매체들이 확인이나 반론 절차조차 없이 해당 기사를 줄줄이 받아썼고,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로 퍼날라졌다. 기사는 여러 커뮤니티에서 밤사이 ‘추천 폭탄’을 받으며 다음날 아침 ‘최다 추천 게시물’ 랭킹에 진입, 이용자들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노출됐는데, 어떤 사이트에선 ‘읽은 사람’보다 ‘추천한 사람’이 더 많은 기이한 광경도 연출됐다.
밤새 모든 작업이 끝나고 아침이 밝자, 그동안 ‘대장동 배후’로 지목돼왔던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에 뉴스타파의 날조 인터뷰 기사를 걸며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수면 아래 반 년... 대선 앞둔 마지막 주말 보도된 조작 인터뷰
대선을 앞둔 마지막 일요일인 지난해 3월6일 오후 9시40분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기사 한 건을 게재했다.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란 제목의 기사로, 대장동 게이트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취지의 기사였다.
기사 속 영상에는 뉴스타파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용역 관계였던 신학림씨가 ‘제보자’로 등장, ‘윤석열 검사가 대장동 핵심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수사선상에서 빼줬다’는 얘기를 김만배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기사 속 김만배씨와 신씨와의 대화에는 ‘조씨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갔더니 윤석열 당시 검사가 나타나 직접 커피를 타줬다’는 취지의 녹취도 담겼다. 모두 날조된 내용이다.
일방 주장이 담긴 이 기사를 친민주당 매체들이 1~2시간만에 줄줄이 받아썼다.
경향신문이 이날 오후 10시54분에, 한겨레신문이 오후 11시27분에, 오마이뉴스가 자정이 지난 다음날 오전 12시37분에 줄줄이 추종 인용 보도를 했다. 뉴스타파 기사는 진술, 그것도 비(非)당사자의 전언 외에 물증은 전혀 없는 기사였지만, 이를 받아쓴 매체들은 제목에 상대(윤석열 후보) 측 반론 없이 일방 주장만 담았다.
그러자 국내 주요 커뮤니티에는 이 보도를 전하는 게시물이 최상단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월 2000만명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MLB파크에 올라온 ‘(추천주의!!)화천대유는 윤석열의 봐주기 수사가 시작이었군요’라는 제목의 글엔 만 10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2330개의 추천이 붙었다. 글은 단숨에 앞 화면의 ‘추천순서로 보기’ 상단을 차지했다.
평소 MLB파크 최다 추천 기사의 10배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MLB파크(엠팍) 외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좋아요’ 수가 조회수 보다 많은 게시물이 발견되는가 하면 자정쯤에 2만개 넘는 댓글과 추천수가 몰리는 등의 특이현상도 포착됐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사이트 관리자 측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8월 해당 게시물에 추천수 조작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이 사건을 넘겼고, 지난해 11월 검찰은 피의자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사건 관련 일부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며 “당시 조작 인터뷰를 4개의 아이템으로 할애해 보도한 방송사 등 집중적으로 가짜뉴스 실어 나른 매체들이 있었다. 기획된 정치 공작에 스피커 역할이 결과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당시 MBC는 해당 인터뷰를 총 4개의 아이템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JTBC는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준 주임검사가 윤 대통령”이란 남욱 변호사의 허위 발언을 확인을 거치지 않고 가장 먼저 보도했던 곳이다.
◇신씨 “내 책 값은 1.65억원 보다 더 비싸”
검찰은 신씨가 김씨로부터 1억6500만원을 받고 이와 같은 조작 인터뷰를 보도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책 3권 값으로 1억6500만원은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씨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 시민들이 (책 값이 말이 안 된다는) 인상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이 자료의 중요성을 알면 오히려 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황을 묻길래 책을 썼다고 하자 김씨가 그 책을 산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이 돈을 자기 채무와 자녀들 학자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