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4월 19일 전북 전주시 한벽문화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북콘서트 저자와의 대화에서 책 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깨어보니 후진국, 깨어보니 일제시대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및 딸 장학금 부정수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조 전 장관은 6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북콘서트에서 ‘정치든 사회든 경제든 제 삶이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점점 뒤처지는 것 같다’는 참석자의 질문에 “제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말기에 ‘깨어나보니 선진국’ 이런 얘기를 다 했다”며 “모든 지표가 선진국 수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상위 수준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에는 ‘깨어나보니 후진국, 깨어나보니 일제시대’ 이런 느낌을 받는다”며 “주권자인 국민의 눈은 매우 높아져 있는데 전혀 다른 상황으로 가니까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짜증나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분통 터진다는 분들이 주변에 많은데, 저도 그런 심정”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대통령 권력은 5년이고, 윤석열 정부도 3년 반 남았다”며 “그것도 임기를 다 채운다는 걸 전제로 했을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이후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해결할 방법이 뭘까, 일단은 버티기”라며 “혼자 버티는 데는 절대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과 자주 보고, 같이 밥먹고 술을 마시는 게 힘이 될 거라고 본다”고 했다. 국민이 느끼는 분노, 울분, 울화가 차곡차곡 쌓일 것이라며 “언제까지 쌓여서 어떻게 표출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소설을 추천해달라는 물음에는 홍범도 장군을 다룬 책 ‘범도’와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다룬 ‘세 여자’를 꼽았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2019년 7월 한일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SBS 드라마 ‘녹두꽃’ 마지막 회를 보는데 한참 잊고 있던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며 ‘죽창가’를 링크해 올렸다. 죽창가는 김남주 시인의 노래에 화가 김경주씨가 곡을 붙인 노래다. 동학농민운동을 모티브로 했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 널리 불려졌다.

조 전 장관이 죽창가를 언급한 후 반일감정은 더욱 악화됐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거부 등 사회적 움직임이 일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 등 야권 성향 단체가 개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는 죽창가 합창 공연으로 시작됐다.

◇'김학의 불법출금’ 외압 의혹 이성윤 “조국, 기어코 뜻한 바 이뤄내는 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7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날 북콘서트에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참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조 전 장관을 보좌했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 승승장구한 대표적 ‘반윤’ 검찰 간부로 꼽힌다. 그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진천 법무연수원으로 유배되어 잘 지내고 있다”며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을 그만둘 때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한 말씀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혜안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때 검찰개혁이 제대로 성공했다면 오늘같은 무도한 검찰 정권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조국 전 장관을 ‘조국 장관’이라고 칭했고,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국 장관 모시고 검찰개혁 선봉에 선 적도 있고, 윤석열 전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로서 30년간 부대끼면서 그 사람의 무도함을 두 눈으로 옆에서 지켜봤다”며 “전두환 하나회에 비견될 정도의 윤석열 라인 수사방식의 무도함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김구 선생의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나를 이겨내야 그곳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제가 모셔본 조국 장관은 나를 이겨내는 강철 같은 의지가 강해 기필코 뜻한 바를 이뤄내는 분이다. 반드시 그 길에 이를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