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나팔고둥이 일부 횟집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과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국사모)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울릉도 오징어 회타운에서 나팔고둥이 판매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나팔고둥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이자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국가보호종으로, 해양 생태계를 황폐화하는 불가사리의 유일한 천적으로 알려져 있어 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은주 의원실과 국사모가 제보를 바탕으로 지난 2일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결과, 울릉도 오징어 회타운의 횟집 세 곳에서 나팔고둥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나팔고둥을 해방고둥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예고편에도 나팔고둥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수족관에 전시된 커다란 고둥을 들어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해당 생물이 나팔고둥이었던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횟집에서 멸종위기종 나팔고둥이 횟감으로 버젓이 팔리는 장면이 방송에 나왔다” “제작진은 멸종위기종인 줄 모르고 촬영했다 쳐도 업체는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등의 글이 잇따랐다. 현재 이 장면은 공식 예고편에서 사라진 상태다.
나팔고둥이 소라 등 다른 고둥류를 어획하는 과정에서 딸려 들어가 판매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나팔고둥의 껍질에 석회질 부착물이 많아 어민들도 소라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나팔고둥을 유통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주민 홍보와 현장 계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환경부와 해수부는 나팔고둥 주요 서식 지역 주변에 나팔고둥이 멸종위기종임을 알리는 입간판을 설치하고 어촌계, 수협, 식당가,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홍보물을 배포하겠다고 했었다.
우리나라 고둥류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크다. 패각 입구 내면은 백색이고, 테두리 쪽으로 넓고 길쭉한 주름 위에 흑갈색 때가 안쪽을 향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은주 의원실은 나팔고둥 등 국가보호종 판매 및 유통을 막기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의원은 “멸종위기종이 어디서 어떻게 불법 유통‧판매되고 있는지 전수조사조차 안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해수부와 함께 해양 국가보호종 보호 대책을 재점검하는 등 보호종들의 씨가 마르기 전에 당장 (점검을)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멸종위기 Ⅰ급 생물을 허가 없이 포획·채취하거나 유통·보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죽이면 징역 5년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