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이 돔(dome) 구장으로 탈바꿈한다. 돔 구장 안에 호텔을 지어 객실에서도 야구 경기를 볼 수 있게 만든다.

북미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일(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의 야구장 로저스센터를 둘러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로저스센터는 류현진이 뛰고 있는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 구장이다. 1989년 문을 연 4만1000석 규모의 돔 구장으로 돔 구장 안에 약 370실 규모의 호텔이 있어 객실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숙박비가 1박에 40만~250만원 수준으로 비싼데도 손님이 많다”고 했다. 로저스센터는 호텔뿐만 아니라 전시 컨벤션 센터도 갖춘 스포츠·마이스(전시 컨벤션) 복합 단지다.

그래픽=이철원

오 시장은 잠실야구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이 같은 ‘스포츠·마이스 복합 단지’를 짓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로저스센터처럼 돔 구장 안에 4성급 비즈니스 호텔을 짓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호텔을 품은 돔 구장을 만들어 호텔 객실과 레스토랑, 피트니스 안에서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가족, 지인 등과 함께 방을 빌려 야구를 즐기면 축제 느낌이 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호텔은 300객실 규모로 지을 계획이다. 이 중 120객실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설계할 예정이다.

그래픽=이철원

돔 구장은 3만석 규모로 계획 중이다. 현재 잠실야구장보다 5000석 많은 국내 최대 규모다.

돔 구장에는 잔디밭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외야 잔디석, 어린 자녀와 함께 편하게 야구를 볼 수 있는 가족석, 높은 곳에서 필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박스 등 다양한 좌석을 만든다. 내야와 외야 관중석을 오가는 도중에도 경기를 놓치지 않도록 탁 트인 개방형 콘코스(복도 공간)도 만들기로 했다.

돔 구장 옆에는 11만㎡(전시 공간 9만㎡) 크기의 전시 컨벤션 센터도 짓는다. 코엑스의 2.3배 규모다. 이 센터는 미국 뉴욕의 자비츠 컨벤션 센터를 벤치마킹해 센터 내부에 전시 물류 차량이 짐을 싣고 내리는 별도의 하역장을 갖춘다. 서울시 관계자는 “야구 시즌이 끝나면 돔 구장에서는 대규모 콘서트, 행사도 열 수 있다”며 “돔 구장과 호텔, 전시 컨벤션 센터가 1년 내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또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 단지와 강남구 코엑스 일대를 보행교로 연결해 커다란 ‘마이스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포츠·마이스 복합 단지와 코엑스가 있는 한강과 탄천 일대에는 수변 공원도 만든다. 이 사업은 내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9년쯤 마무리할 방침이다.

잠실야구장은 2025년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후 2026년부터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2031년 말 재개장하는 게 목표다. 서울시 관계자는 “2032년 시즌부터는 잠실 돔 구장에서 야구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 컨소시엄(서울스마트마이스파크)이 마련하고 있다. 한화 컨소시엄이 민자로 짓고 40년간 운영한다. 사업비는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1982년 개장한 잠실야구장은 현재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가 홈 구장으로 쓰고 있다. 잠실 스포츠·마이스 단지를 짓는 6년간 어디에 대체 구장을 마련할지는 숙제다. 현재 대체 구장으로 서울 고척 스카이돔과 목동종합운동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돔 구장은 지붕이 있는 실내 야구장을 말한다. 폭우나 폭염 등 날씨에 상관없이 경기를 할 수 있다. 미국 텍사스 글로브 라이프 필드, 일본 도쿄돔 등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는 2015년 문을 연 고척 스카이돔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