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내부. 서울시가 노동자복지관이라는 시설을 민주노총에 위탁 운영 중이라고 하나 민노총 산하 지부들로 채워져 사실상 민노총 사무실로 쓰이고 있었다./ 고운호 기자

19일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노동자복지관 민간위탁사업 운영실태 조사결과’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영등포구 서울시노동자복지관과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민간위탁 사업 운영 전반을 조사했다. 이는 각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31년, 21년간 관리·운영해온 곳이다.

서울시는 ▲민간위탁 적정성 및 재계약 추진과정 적정 여부 ▲민간위탁금 예산 집행 적정 여부 ▲복지관 운영 적정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지난해 11월 본지 등이 노동자복지관 노조 사용 특혜 문제 등을 지적하며 감사가 시작됐다.

서울시는 노동자복지관이 불특정 다수의 일반 근로자를 위한 복지시설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노조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감사보고서는 “필요한 복지시설·프로그램도 전혀 운영 않고 특정 노조 단체의 사무실·지원시설로 사용되고 있다”며 “사실상 노조를 위한 독점적 운영”이라고 적시했다.

복지관 외벽에 시의 승인 없이 각 노총 간판을 설치해 일반 근로자들을 위한 복지관이라기보다는 노조 건물로 인식돼 사실상 일반 근로자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시설 운영이 노조원에 편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일반 노동자와 대시민 서비스 향상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주관 부서인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도 관리 감독에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각 노총이 장기간 위탁을 맡으며 독점과 다름 없는 형태로 운영된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복지관 시설 관리와 노동·복지 프로그램 사업은 공개입찰(모집)에서의 경쟁 가능성을 충족했다고 판단되나 수의계약(재계약)으로 특정 단체가 20∼30년 장기간 위탁계약 운영했다”며 “그 결과 장기 독점이 가능한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수탁기관은 스스로 사업 구조를 개선하거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 등의 유인이 적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수탁기관은 복지관 시설 운영, 복지 프로그램 제공, 예산집행과 관리, 인사 채용, 물품 관리 등 위탁사무 전반에 걸쳐 책임성이 결여된 상태로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노동자복지관이 부실하게 운영되는데도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양대 노동조합과 민간위탁 재계약을 추진해 질적 발전에 정체를 야기하고 다양화되는 노동복지 수요 충족과 취약계층 노동자 복지 강화라는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일례로 강북노동자복지관의 시설을 대관하려면 민노총 서울본부 인트라넷 등을 통해 신청해야 했다. 지난해 대관 실적 36회 모두 노조가 사용했다.

한노총은 복지관을 시와 협의 없이 임의로 9개 산하 단체와 임대사용계약을 체결했다. 매월 산하 단체로부터 관리비 등을 징수해 운영비로 사용한 금액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약 3억에 달했다.

이 밖에도 감사 보고서는 인사채용 규정 미준수, 근로계약서 부적정 작성, 예산 절차 위반 등 문제를 제기하며 총 30건의 지적사항에 대해 15건을 주의 조치 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수의계약으로 위탁해온 관계를 폐지하고 공개 모집을 시행했다. 한노총은 재위탁됐지만 민노총은 탈락했다. 이에 시는 민노총 서울지역본부에 새 위탁 계약이 시작되는 24일까지 퇴거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