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후행동의 날을 하루 앞둔 23일 기후·환경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기후 위기를 극복할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구아모 기자

세계 기후행동의 날을 하루 앞둔 23일 기후·환경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기후 위기를 극복할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노동·사회·환경 등 각종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923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시청역과 숭례문 일대 5km 구간에서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다.

기후정의행진 조직위는 지난해 극단적인 기후 환경으로 인해 폭우 등으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이를 ‘기후 재난’이라고 했다. 조직위는 “동작구와 관악구에서 반지하에 살던 이웃들이 폭우로 목숨을 잃었다”며 “기후 위기로 목숨을 잃지 않고 살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날 전국 500여 단체와 수만 명의 시민이 집회에 참여했으며, 청년·노동·장애·농민·동물 등 각 부문을 대표한 단체들도 시위에 참여했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3만명(경찰 추산 1만명)이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집회에는 노조 조끼를 입은 노조원들, 밀짚 모자를 쓴 농민, 수녀복을 입은 사람, 교복을 입은 참가자들 등 다양한 사람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환경 문제가 내게 와닿는 문제라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직장인 김모(27)씨는 “폭염과 폭우 등의 극단적인 기후를 겪으며 환경문제가 다른 문제들 보다 더 와닿는다”며 “일상 속에서 마트에서 장을 봐 요리를 할때만해도 수많은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가 나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 자리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단체들도 참가했다. 이날 집회 중간중간에 ‘윤석열 퇴진’ ‘오염수 방류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이 곳곳에서 보였다.이날 연사로 나선 사토 다이스케 반핵아시아포럼 일본사무국장은 “일본은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지 못하고, 이번에 방사능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며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 드린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태극기를 망토처럼 둘러매고 “쪽바리는 물러나라”고 외치는 참가자도 있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일대에서 열린 '923기후정의행진' 집회 근처에 놓인 유모차의 모습./구아모 기자

유모차를 끌고, 어린 아이를 안아 든 일부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땅 깨끗하게 물려주자’ ‘기후위기 못 막으면 어린이들 못 지킨다’ 등의 팻말을 유모차에 걸고 다녔다. 한 참가자는 어린이를 품에 꼭 안고 동물 모양의 인형을 아이에게 안겨주기도 했다.

이들은 광화문과 용산 대통령집무실 두 갈래로 나눠 3시 30분쯤부터 행진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