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부 학부모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개설한 뒤 교사들에 대한 모욕성 발언을 이어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 교사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강남의 한 공립초등학교 학부모들은 2021년 9월 3일 익명의 채팅방 ‘A사모(서울 A초를 사랑하는 모임)’를 만들었다. 당시 A초등학교는 시설 노후화와 과밀학급 등을 해결하기 위한 모듈러 교실(이동식 조립형 교실)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행정절차와 안전 상의 이유로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A사모는 이 모듈러 교실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모여 개설한 단톡방이었다.

그런데 300여명 넘는 학부모가 참여한 이 단톡방에서 사업 반대를 넘어 교사들을 향한 인신공격성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2021년 9월 7일 한 참여자는 사업을 추진한 B교장을 겨냥해 “교장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이라고 채팅창에 적었다. 그러자 또 다른 학부모는 “교장선생님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나 봐요. 부검해 봐야 할 듯한데. 부검합시다”라고 맞받았고, 여기엔 “부검ㅋㅋㅋㅋㅋ”라는 답이 달렸다.

학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학교에 압력을 넣자는 취지의 대화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하세요” “젊(점)잖은 아빠들 나서면 끝장 보는 사람들이에요. 괜히 사회에서 난다 긴다 소리 듣는 거 아니에요” “학부모들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만 있는 줄 아나 봐요. 왜 학부모나 친인척 중에 고위공무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등의 내용이었다.

모듈러 사업 철회 목소리가 커지면서 학교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교문 앞에 근조 화환이 배달되기도 했다. 결국 그해 10월 초 A초등학교의 모듈러 사업이 취소되면서 학부모 비대위 활동도 종료됐다.

그러나 A사모는 사업이 철회된 뒤에도 단톡방을 최근까지 운영하면서 교사들을 조롱했다는 게 교원들 측 입장이다. 특히 B교장을 향해선 “교장 그릇이 아니다”, “미친 여자” 등의 발언이 오갔다. 이외에도 “민원은 사랑입니다”, “오늘 아침도 모닝 민원과 함께 시작해 봐요” 등 민원을 부추기는 내용도 올라왔다고 한다.

서울 A초등학교 학부모 단톡방에 올라온 글. /독자제공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민원이 가장 심했던 2021년 하반기 A학교 소속 정규직 교원 20명가량이 비정기 전보 전출을 신청하거나 휴직, 파견 등의 사유로 학교를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2020년 부임했던 B교장의 경우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2022년 학교를 떠났다.

올해에도 이 단톡방에 민원 글이 올라오면서 학교가 학부모들에게 두 차례 사과문을 보내는 일도 있었다. 이달까지도 A사모 채팅방에는 “전 이 익명방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힘을 가진 느낌 있잖아요? 우리들 톡을 통해서 많은 쌤들 신상에 변화 생긴 거 다 봤잖아요. 저만 쓰레기인가용?”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A학교 소속 한 교사는 조선닷컴에 “익명이어서 학부모들의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일부가 (민원이나 조롱을) 주도한 것으로 안다”며 “선생님들을 향해 좋은 말을 남긴 학부모도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은 (단톡방에서) 강퇴 당했다고 들었다. 학교가 변하려면 정상적인 학부모들이 더 목소리를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1년 9월 서울 A초등학교 앞에 모듈러 교실 설치를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설치된 모습. / 네이버 카페

이 같은 내용이 지난 26일 ‘교육언론 창’을 통해 보도되자, A사모 단톡방 내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이 다 진상 학부모라고 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가 맞다”면서도 “모듈러 관련 애초의 목적은 달성했고, 학교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학부모들이 익명으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검’, ‘이 톡방 영원하길’처럼 정상적이지 못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거를 수 없는 환경이고, 사소한 일도 여럿이 입대다 보면 심각한 일이 되고 그게 갑질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A사모는 26일 기준 366명이 참여하고 있었으나, 논란이 일자 현재 폐쇄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