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처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중국의 중추절·국경절 연휴(29일~10월 6일) 동안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대거 서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호 기자

“와, 잘한다 잘해(Xing xing)!”

2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 광장. 광장에 설치된 한국 전통 놀이 체험 부스에서 중국인 장윈(31)씨가 제기차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친구 3명은 장씨의 제기차기 횟수를 세며 환호했다. 부스 오른쪽에는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알리페이’로 상점에서 결제하는 방법이 중국어로 적혀 있었다. 중국 항저우에서 온 장씨는 “2018년 한국을 여행으로 왔는데 취직하고 나서 5년 만에 다시 찾았다”며 “중추절 극성수기라 비행기표가 왕복 2600위안(약 47만원)으로 평소 두 배가 넘었지만 한국이 그리워 오게 됐다”고 했다.

중국의 중추절·국경절(9월 29일~10월 6일) 황금연휴를 맞아 서울 명동과 제주 등 국내 유명 관광지들이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 재개를 허용한 이후 첫 연휴로, 관광업계는 유커발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이날 명동 상점가의 상인들은 유커맞이로 분주했다. 한 약국은 외부 진열대에 홍삼 진액과 인삼정 등 건강 보조 식품을 중국어로 홍보하고 있었다. 약사 박모(56)씨는 “연휴를 맞아 유커들이 잔뜩 몰려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가 크다”며 “이틀 전 주문한 건강 보조 식품이 방금 도착해 진열해 놓고 있다”고 했다.

명동의 한 한식당 종업원 김모(47)씨는 “지금이 말 그대로 대목이라 종업원들이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근무하고 있다”며 “한 달 전인 8월 말부터 연휴 기간 식당 방문 예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간장게장이 인기라 게장도 잔뜩 준비해 뒀다”고 했다. 액세서리 가게 매니저인 왕모(27)씨는 “연휴 내내 쉬지 않고 가게를 지키기로 했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청와대와 강남 등 인기 관광지도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입구 주차장에는 대형 버스 2대에서 유커 70여 명이 내렸다. 중국 허베이성에서 아내와 함께 4박 5일 한국 여행을 온 왕쓰춘(53)씨는 “한 달 전 여행 패키지를 신청했는데 인기가 많았는지 마감 전 가까스로 받아들여졌다”며 “다른 직장 동료도 황금 연휴를 활용해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다 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여행 가이드 황씨엔민(48)씨는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단체 관광객을 인솔하게 된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라고”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총괄실장 A씨는 “평소 중국인 관광객들은 보톡스나 필러 등 시술 후 무리 없이 바로 여행할 수 있는 ‘쁘띠 성형’을 주로 하는데 이번엔 연휴가 길어서인지 안면 윤곽이나 코 수술 등 큰 수술 일정이 많이 잡혔다”고 했다. 서울 중심의 호텔가도 유커들의 예약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코리아나호텔 관계자는 “다음 달 10일까지 외국인 관광객들로 예약이 꽉 찼는데 대부분이 중국인”이라고 했다.

유커들의 한국행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중국 항공 데이터 제공 업체인 플라이트 마스터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예매한 국제선 노선은 ‘상하이발 서울행’ 노선이었다. 한국행 항공권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중국과 서울(인천·김포공항)을 오가는 항공권 가격도 두 배 이상 올랐다. 서울관광재단과 중국 여행 플랫폼인 씨트립이 공동으로 지난 15일에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도 중추절 기간 서울 여행 상품 6340여 건이 팔렸다. 매출 총 15억원을 기록했다.

서울뿐 아니라 제주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번 연휴에 중국인 관광객 1만7600여 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선 항공 102편을 통해 들어오는 관광객이 1만2500여 명, 국제선 크루즈 관광객이 5100여 명이다. 코로나 발발 전인 2019년 국경절 기간 방문객(2만2697명)의 78% 수준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제주 내 호텔과 펜션 예약률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최모(53)씨는 “10월 첫째 주까지는 빈방이 아예 없다”며 “70~80%가 중국 젊은 층인데 연휴라 그런지 3박 이상 투숙하는 장기 투숙객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