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는 왜 ‘무빙’만 외국어 더빙을 안 했을까. 했다면 세계적으로 더 잘 나갔을 텐데.” (무빙 출연 배우 A씨)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무빙’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때 ‘오징어게임’의 재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콘텐츠업계에서는 이러한 아쉬움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빅데이터 분석사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디즈니플러스 사용자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날은 ‘무빙’의 마지막 회차가 공개된 날이었다. 무빙은 디즈니의 OTT에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공개 첫 주 가장 오래 시청된 작품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무빙은 외국어 더빙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제껏 완결된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오리지널 작품은 총 12개인데, 이 가운데 더빙을 제공하지 않는 건 무빙이 유일하다.
한국과 달리 자막 보다 더빙을 선호하는 나라는 꽤 많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작년 3월 전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과 중국은 시청자의 약 70%가 자막으로 외국 작품을 보지만, 러시아와 유럽 주요 국가, 멕시코, 브라질 등 다수 남미 국가들은 더빙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만 해도 다른 언어로 된 작품을 OTT로 보는 시청자 가운데 45%가 더빙으로 본다고 한다.
다국어 더빙을 바탕으로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에 비해, ‘무빙’이 흥행에서 크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징어게임의 인기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흥행 성공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 ‘더빙의 힘’을 집중조명하는 기사를 냈다. 당시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을 영어 외에도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태국어 등 13개국어로 더빙해 송출했고, 전 세계적으로 ‘자막’ 이용자보다 ‘더빙’ 이용자가 많았다고 WSJ에 설명했다.
무빙의 더빙판 부재는 디즈니 본사의 비용 절감책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월 디즈니는 전 세계 인력의 3% 가량을 차지하는 7000명의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고 발표하며 “회사 전체적으로 약 7조4305억원(55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어 더빙 가격은 언어 별로 다르지만 20부작 시리즈의 경우, 비싼 축에 속하는 한국어 더빙에도 고작 7억원 정도밖에 안 든다고 한다. 7억원 때문에 무빙이 더 많은 세계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측은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액션물이다. 배우 류승룡과 조인성, 한효주 등이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