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갓을 쓰고 은행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려고 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삿갓으로 얼굴을 가려 신원 확인이 여의치 않았는데, 3년 전 같은 수법으로 범행했던 그를 체포한 적이 있는 경관의 눈썰미로 범행 2시간 30분만에 체포됐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는 특수절도 미수 혐의로 전날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3일 오전 9시 35분쯤 광주 서구 매월동 한 은행 사무실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A씨는 파란색으로 덧칠한 삿갓을 쓰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은행을 연결하는 철제문 앞에 선다. 그 뒤 가져온 전기톱으로 문을 자르고 은행 내부로 들어간다. 철문에 가로 60cm, 세로 80cm의 구멍을 내는 데 7분이 걸린다.
A씨는 수월하게 은행 내부로 들어섰지만, 막상 금품이 든 금고를 찾지 못했다. 10분 가까이 내부 이곳저곳을 허둥지둥 살피다가, 경비·보안 시스템이 울리기 시작하자 쓰고 있던 삿갓도 내팽개치고 그대로 달아났다.
범행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남았지만, A씨가 삿갓을 쓰고 있던 탓에 신원 확인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영상을 본 서부경찰서 형사과 이민호 경사가 A씨의 정체를 알아챘다. 삿갓 틈새로 순간 내비친 A씨의 이마와 광대가 힌트가 됐다.
이 경사는 “3년 전 서구 풍암동 도매시장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의 피의자로 보인다”라고 했다. A씨는 절도로 징역을 살다가 지난 6월 출소했는데, 3년 전 범행 때도 삿갓을 쓴 채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얼굴을 가리기 위한 삿갓이 되레 신원이 발각되는 데 일조한 것이다.
결국 A씨는 범행 발생 약 2시간 30분 만에 광산구 한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긴급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가 필요해 은행을 털려고 했다. 삿갓을 쓰면 얼굴을 못 알아볼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동종범죄 전력이 있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