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를 과하게 처방하는 곳은 대구 병원뿐이 아니었다. 작년 한 해 충남 보령시의 한 병원은 마약류 1288만개, 경기 구리시의 병원은 717만개를 처방했다. 두 병원에서는 식욕억제제가 주로 남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각각 1020만개, 501만개 처방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중 과잉 처방한 약이 있다고 보고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11일 식약처가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충남 보령의 병원에서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처방한 마약류는 식욕억제제인 아드펜정으로 415만3400개였다. 그다음으로는 역시 식욕억제제인 페티노정(265만7900개)을 많이 처방했다. 이 병원에서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총 3만1600명이었다. 가장 많은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30대 여성 A씨로, 1년 동안 36차례에 걸쳐 식욕억제제 3240개, 항불안제 540개를 처방받았다.
경기 구리의 병원에서 가장 많이 처방한 마약류는 식욕억제제인 펜트라정 262만개였고, 펜홀드정(111만개)도 상당량 처방했다. 이곳에서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1만4300명이었다. 이 병원에서 가장 많은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30대 여성 B씨로, 식욕억제제와 항불안제 4000여 개를 처방받았다.
식약처가 보고받은 식욕억제제 부작용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8년 163건, 2020년 191건, 2022년 321건이다. 4년 만에 2배가량으로 늘어났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식욕억제제를 먹고 살이 빠져도 약을 끊으면 다시 살이 찌는 리바운드 효과가 나타난다”며 “한번 약으로 살을 뺀 사람은 다시 약을 찾게 돼 마약류 중독의 굴레에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비만이 아닌 환자들에게까지 과도하게 처방하거나, 식약처 기준으로 정한 용법과 처방 기간을 벗어나는 처방을 한 병원들을 자체 점검해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