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민노총 택배노조의 지속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택배 근로자가 숨지기만 하면, 망인이 심각한 지병을 앓았든, 휴일날 쉬다가 숨졌든 가리지 않고, 택배노조는 무조건 “과로사”로 몰아가 회사의 이미지를 망가뜨렸다는 게 쿠팡의 주장이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경기 의왕경찰서에 택배노조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고소했다.
쿠팡이 택배노조를 고소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달 벌어진 쿠팡 협력업체 배송기사 2명의 죽음이 있다.
지난달 13일 새벽 4시40분쯤 60대 쿠팡 배송기사 A씨는 경기 군포시의 한 빌라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빌라 주민이 119에 “대문 앞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했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한다. 택배노조는 A씨 사망 당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 365일 가동하고, 낮이건 밤이건 새벽이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주말이 아닌 평일에 쉬어야 하고, 명절에도 정상근무를 해야 하는 쿠팡의 배송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죽음은 과로사로 추정된다. 과로에 따른 사망이 아닌지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며 “만약 이번 사건이 과로사로 판명된다면 예견된 참사”라고 덧붙였다.
이틀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밝힌 사인은 “오랜 심근경색 질병 등으로 인한 심장비대증”이었다. A씨 심장의 무게는 약 800g으로, 일반인 심장 크기인 300g의 배(倍)를 넘은 상태였다. A씨가 택배기사로 일한 기간은 1년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측은 A씨 근무 기간 평균 근무 시간이 주당 52시간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심장비대증은 단기간에 급작스레 발생하는 증상이 아니며, 더욱이 1년 새 심장이 두 배로 커지는 것은 거의 있기 힘든 일”며 “A씨의 사망을 단기간 과로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건 무리”라고 했다. 한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통상적인 심장비대 환자는 심장이 10~15% 정도 커져있어야 하는데, A씨의 경우 심장이 정상 수준의 2배 이상인 800g라는 점에서 단순히 고혈압을 넘어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유전성 ‘비후성 심근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했다.
A씨 죽음 닷새 뒤, 또 다른 배송기사 B씨가 쓰러졌고 이틀만에 숨졌다. 그러자 택배노조는 23일 또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B씨에 대한 과로사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그러면서 A씨 죽음에 대해서는 ‘과로사’로 단정지었다.
택배노조는 회견에서 “13일 쿠팡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한 데 이어, 18일 또 다른 쿠팡 택배노동자가 뇌출혈로 사망했다”며 “뇌출혈 역시 심근경색과 더불어 과로사의 대표적 증상으로 고인은 과로사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조선닷컴 취재 결과, B씨는 사망 당일 인천 서구 마전동의 위치한 마사지 업소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세상을 떠났다. 이날 구급대에는 “손님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호흡도 멈췄다”는 마사지 업소 측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가 B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틀 뒤 ‘뇌출혈에 따른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족은 부검을 원치 않았고, 그대로 장례를 치렀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에게 이러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는 “B씨에 대해서는 과로사 주장을 한 적 없다”고 했다. 그에게 택배노조 기자회견 발언을 상기시키자, “확인해 보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어 통화가 연결된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위원장님이 착각하신 것”이라며 ”우린 과로사로 ‘단정’한 적 없다. 쿠팡의 노동 체계가 과로사를 낳을 위험이 높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