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동물위령제에서 동물을 돌보며 가장 가까이 지냈던 사육사들이 동물들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서만 서울대공원에 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시베리아 호랑이 2마리가 질병으로 폐사한 가운데, 서울대공원이 보유한 동물 중 상당수가 질병·사고 외상 등 이유로 폐사한 것으로 7일 나타났다.

이날 국민의힘 김경훈 서울시 의원이 서울대공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동물 폐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10월) 서울대공원에서 폐사한 771마리 가운데 노령으로 폐사한 동물은 181마리에 그쳤다. 이중 25%만 평균 수명을 채운 것이다.

폐사한 동물 가운데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은 342마리에 해당한다. 보호돼야 할 멸종위기종이 정작 동물원에서 질병 등으로 폐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 1마리,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바바리양 2마리와 노랑부리저어새가 폐사했다. 외상성 뇌손상으로 아누비스개코원숭이, 샤망 등 동물도 폐사했다.

지난해 4월 태어난 시베리아 호랑이 ‘삼둥이’. 이 중 암컷 ‘파랑’이 지난 5월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에 감염돼 폐사했다.

지난 5월에 시베리아 호랑이 ‘파랑’이가 돌잔치 2주만에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 질병에 걸려 폐사했다. 지난 8월엔 호랑이 ‘수호’가 돌연 폐사했는데, 폐사 직전에 맹수사를 방문한 관람객들 사이에서 열사병으로 폐사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뙤약볕에서 헉헉거리며 기운이 없어 보였다”는 목격담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서울대공원 측은 “호랑이들은 스스로 체온 조절을 하는 개체이고 방사장안에 연못과 음수대가 있었다”며 “수호의 건강에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폐사한 지 한 달 만에 “시베리아 호랑이 수호 폐사 원인은 “심장 질환과 고온 노출에 따른 열사병”이라고 밝혔다.

동물원 측은 “동물원은 다양한 동물이 폐쇄된 공간에 모여 있는 데다가, 맹수의 경우 수의사가 진료하는데 어려움도 크다”고 한다. 특히 맹수의 경우 병에 걸려도 아픈 내색 하지 않아 발병을 알아내기도 어렵다고 한다. 동물원에서 10여 년간 근무한 한 수의사는 “호랑이 같은 맹수는 야생에서 병세를 노출할 경우 죽음과 직결되기 때문에, 질환을 앓고 있어도 발견하기 어렵다”며 “수의사들이 처치 작업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진료 수의사 1명당 372마리 꼴로 동물을 돌봐야해 어려움도 크다. 현재 서울대공원이 보유한 동물은 지난 9월 기준 239종 2233수인데, 치료만 전담하는 진료 수의사는 6명인 상황이다. 서울대공원 같은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공 동물원 수의사는 다른 수의사에 비해 보수가 적어 인력을 보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현재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공 동물원 24곳의 수의사는 ‘수의직 공무원’ 신분으로, 일반 7급 공무원 신분에 해당한다. 야생동물 전담 수당으로 월 25만원씩 더 받는 게 전부다.

김경훈 의원은 “시민들이 사랑하던 시베리아호랑이가 안타깝게도 평균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올해 두 마리가 폐사했다”며 “많은 동물들이 질병사하는 것에 대해 서울대공원은 폐사체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신뢰할 만한 동물관리 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