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지난 9~10일 파업을 벌인 이유는 공사 측이 발표한 ‘경영 혁신 계획’ 때문이었다. 경영 혁신 계획은 퇴직 인원을 포함해 2026년까지 정원 2212명을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올해 말 누적 적자가 18조4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자구 계획이라는 게 공사 측 입장이다.

노조는 줄곧 경영 혁신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오히려 771명을 신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 측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오는 16일 이후 2차 파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의 인력 규모가 다른 지하철 회사보다 2배가량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김종길 시의원이 철도통계연보 등을 분석한 결과, 서울교통공사는 2022년 기준 총 275개 역을 운영 중인데 총 직원은 1만6387명, 역당 평균 인원은 59.6명이었다. 서울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27.4명), 부산교통공사(38.9명), 대구교통공사(33.3명), 인천교통공사(27.8명) 등에 비해 2배 정도 많았다. 운영 노선 1㎞당 직원 수도 비슷한 차이를 보였다.

이렇다 보니 인건비 등 역 운영에 필요한 영업 비용도 훨씬 더 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교통공사의 역당 영업비용은 연간 98억3000만원으로,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1.6배, 대구교통공사의 1.9배 수준이었다. 공사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은 노선이 더 복잡하고 시설도 낡아 인력이 많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현장 인력 부족 문제는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4년 서울시와 공사 노사가 근무 방식을 불법 전환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서울시는 2012년 발생한 기관사 자살 사건을 계기로 최적근무위원회를 만들고 3조 2교대였던 근무 방식을 4조 2교대로 바꿨다.

3조 2교대를 4조 2교대로 바꾸면 직원들의 근무일 수가 줄어 추가 인력이 필요한데, 인력 충원도 없이 근무 방식부터 바꾼 것이다. 그 결과 조별 평균 근무 인원은 2013년 3.65명에서 2023년 2.78명으로 10년간 24% 감소했다. 이는 노조가 문제 삼는 ‘2인 근무 역’의 증가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2인 근무 역은 16곳에서 77곳으로 4.8배가 됐다. 역무원 2명만 근무하면 2인 1조 순찰이 불가능하다. 작년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도 여직원 혼자서 순찰하다 발생한 비극이다.

교통공사의 근무 방식 변경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철도안전법상 국토교통부의 승인 등을 받도록 돼 있다. 교통공사는 당시 이런 절차도 없이 4조 2교대를 도입했고, 이 때문에 지난 3월 국토부로부터 철도안전법 위반으로 과징금 1억2000만원 처분을 받았다. 현재 교통공사는 부족한 인력을 ‘안전 도우미’ 등 비정규직과 공익근무요원 등으로 메우고 있다. 김종길 시의원은 “서울시와 교통공사 노사가 불법으로 근무 방식을 바꾼 배경을 조사해야 한다”며 “인력 부족 상황을 자초해 놓고 이를 문제 삼아 노조가 파업까지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노조 간부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시가 지난 9월 발표한 감사 결과 등에 따르면, 노조 전임자에게 근무시간을 면제해 주는 ‘타임오프제’ 대상이 아닌 노조 간부들이 회사에 나오지 않고 월급을 받아가다 적발됐다. 타임오프 시간을 초과해 무단 결근한 사례도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이번 파업을 단독으로 강행한 민주노총 산하 1노조(서울교통공사노조) 간부들이었다.

1노조 간부인 4급 역무원은 2018~2022년 4년 동안 한 번도 출근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공사 관계자는 “이 역무원은 지급한 근무복 포장도 뜯지 않고 사물함에 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1노조 지회장인 7급 직원은 지난 9월 “노조 대의원 대회에 참석한다”며 근무 처리를 한 뒤 강원도 양양에서 서핑을 했다가 적발됐다. 노조 활동을 핑계로 주점, 당구장 등을 다닌 노조 간부들도 여럿 적발됐다고 한다.

30대 한 노조원은 “노사가 협력해 지금이라도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지금 받는 월급과 복지마저 깎일까 봐 갈수록 불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