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박쥐가 발견됐다. 전문가는 박쥐가 겨울잠을 자러 가는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물리지만 않는다면 감염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모씨는 지난 15일 오전 9시쯤 서울 합정역 인근 아파트 15층 창문에 매달린 박쥐를 발견했다. 조씨는 “근처에 숲이나 동물도 없는데 박쥐가 나타나 놀랐다”며 “박쥐가 여러 바이러스를 옮기는 동물이라고 들어서 보자마자 뜰채로 쳐서 날아가게 했다”고 말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박쥐는 날개를 쭉 펴고 방충망에 매달려 있다. 조씨가 막대기로 ‘툭툭’ 치자 몸을 조금씩 떼더니 좀 더 세게 치자 날아갔다.
박쥐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중간 숙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2003년 중국을 휩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박쥐에게서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고,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박쥐에게서 낙타를 통해 사람에게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치사율 최고 75%의 니파바이러스는 박쥐와 돼지를 통해 전파된다. 전 세계를 팬데믹에 빠트렸던 코로나19 역시 박쥐에서 시작되어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는 박쥐와 접촉만 주의하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조언했다. 김선숙 국립생태원 박사는 매체에 “영상 속 박쥐는 집박쥐나 안주애기박쥐로 추정된다”고 했다. 집박쥐는 주로 건물이나 콘크리트 틈에 사는 박쥐로, 민가 지역에서 자주 발견된다. 안주애기박쥐는 산림이나 동굴이 주 서식지이지만 11월 말에서 12월 초에는 사람 사는 곳에서도 종종 목격된다고 한다.
김 박사는 “아파트 방충망은 박쥐의 발톱으로 매달리기 편하고 평평해서 박쥐가 임시 잠자리로 택하는 장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쥐는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동면기를 맞는데, 겨울잠을 자러 가는 도중 머무르기 편한 장소가 보여 잠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박사는 “서울 상공이든 시골이든 박쥐는 어디에나 살고 있다”며 “물리지 않는다면 감염성은 매우 낮고 어쩌다 사람과 스쳤다고 병이 옮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접촉만 주의하면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박쥐를 발견하면 손으로 만지는 등 직접 대처하기보다는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