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 김상철(70) 회장의 아들 김모씨에 대해 경찰이 최근 구속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김 회장 일가는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배임·횡령 혐의로 1년 넘게 경찰 수사를 받아 왔다.
경찰은 김 회장 지시로 2021년 가상화폐인 ‘아로와나 토큰’이 발행되고, 불법 시세 조종을 통해 만든 100억원대 수익이 김 회장 아들 김모씨에게 유입된 혐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코인을 발행했던 ‘아로와나테크’ 대표 정모씨 구속 영장도 신청했다. 김 회장을 향한 경찰 수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법조계 등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21년 김 회장이 “아들에게 줄 비자금을 조성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경영권 승계에서 배제된 아들 김씨를 배려하겠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0년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한 뒤 딸 김연수씨에게 대표직과 지분 일부를 줬다.
경찰은 코인 거래를 통해 마련된 불법 자금이 김씨에게 흘러간 과정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2021년 4월 100만원으로,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인 싱가포르의 한 회사를 차명으로 인수했다. 그 직후 한컴 자회사인 ‘아로와나 허브’는 이 싱가포르 회사를 인수했다고 발표한 뒤 ‘아로와나테크’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아로와나테크는 곧바로 ‘아로와나 토큰’이라는 코인을 만들어 국내 코인 거래소에 상장했다. 이 코인은 상장 당시 50원이었지만 30분 만에 가격이 1000배 넘게 뛰었고, 상장 당일 최고가 5만3800원에 거래됐다. 하루 만에 가격이 10만7500% 오른 것이다. 당시 아로와나 토큰을 산 한 투자자는 “한컴이 대대적 홍보를 하면서 코인을 상장시켰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것이라 해 투자자들이 몰렸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와 아로와나테크는 비밀리에 고용한 브로커 A씨를 통해 코인 거래에 뛰어든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아로와나테크는 ‘상장 전 홍보 차원’이라며 코인 수천만개를 브로커 A씨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코인을 발행할 때 마케팅 차원에서 코인 투자자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코인을 1~10개씩 지급하는 ‘에어드랍’을 악용했다. A씨와 A씨 관련 코인 계정 수십 곳으로만 코인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 A씨는 아로와나코인 상장 직후에 수십억원의 매도 차익을 봤다고 한다. 이후 A씨는 김씨 등이 전달한 한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아로와나코인을 사고팔았다. 한글과컴퓨터가 상승 호재를 공개하기 전에 저렴한 가격에 코인을 매수했다가 가격이 급등하면 매도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이렇게 해서 A씨는 200억원대의 자금을 만들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A씨는 그 자금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NFT 미술품을 사들였고, 이를 김씨의 코인 계정에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금액은 100억원대로 파악됐다. 아로와나테크 대표 정모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정씨의 개입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로와나코인은 현재 상장 폐지된 상태다. 아로와나코인 투자자들은 한글과컴퓨터에 대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아로와나코인에 수백만원을 투자했다는 B씨는 “사실상 시세조종을 이용해 코인 가격을 조종한 것인데 이와 관련한 법률 규정이 없어 처벌도 쉽지 않다고 들었다”며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코인 투자자는 수만 명가량으로 추정된다.
한편, 한컴 관계자는 본지의 해명 요청에 “페이퍼컴퍼니 인수 등은 당시 코인 업계에서 자주 있던 일”이라며 “제기된 의혹들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기에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