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오후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 의류, 신발 가게가 모여있는 구역에 한 주류 가게가 있었다. 이곳은 온라인 주류 애호가 카페에서 방문 후기가 공유되는 등 저렴한 가격으로 주류를 판매하는 ‘와인·위스키 성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사장 오모씨는 “시장 안에 있다보니 자릿세가 상대적으로 낮아 다른 주류샵보다 약 10% 가격이 저렴한 데다가 손님들이 온누리상품권 등을 사용하시면 10%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2030 손님이 가장 많이 온다”고 했다.
쇼핑, 외식, 관광 등 다양한 목적을 갖고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찾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관광 트렌드 분석 및 전망 2023~2025′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관광객이 가장 하고 싶은 여행 형태는 현지 문화 접하기가 27.5%로 가장 높았다. 현지 음식이나 특산품 즐기기를 선택한 비율도 9.2%였다.
서울 광진구, 중랑구 등 골목상권에 위치한 식자재마트도 ‘와인·위스키 성지’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게가 입소문을 타는 이유는 온누리상품권 등을 사용해 저렴한 가격에 주류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상품권 가격의 10%를 할인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비싼 물건을 구매할 때 돈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와인을 구매하기 위해 광진구의 한 식자재마트를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박모(24)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할인 품목이나 새로 들어온 물건을 공지해준다”며 “할인 품목을 상품권으로 사면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어 한 번 다녀올 때마다 3~4병은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은 지난달 1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매주 금·토·일요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푸드트럭 야시장을 열고 있다. 야간에 방치되던 시장 내 옥상 주차장을 캠핑장처럼 개조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전기구이 통닭, 베트남 반미 샌드위치, 코코넛 음료, 탕후루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과 캠핑 테이블, 의자 등이 놓여져 있다.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실내 공간도 마련돼 있다고 한다.
동대문구에 사는 이모(26)씨는 “야외 자리마다 휴대용 모니터가 놓여있어 모닥불이 타는 영상을 틀어 놓으니 진짜 캠핑장에서 ‘불멍’을 하는 기분”이라며 “요즘 시장 ‘바가지 논란’ 많은데 가격도 다른 곳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탈 경계 시대에 관광이 일상에 스며들었다”며 “집에서 1시간 내외의 근거리를 안전하게 다녀오는 여행 스타일이 확산되면서 친근하고 자신이 잘 아는 곳을 방문해 미처 몰랐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