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양진경

일본에서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문제는 1990년대 ‘경제 버블(거품)’이 꺼지면서 불거졌다. 2000년대 초까지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제대로 구하지 못한 청년 층이 은둔·고립으로 내몰렸다. 올해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만 15~64세 인구의 2%에 해당하는 146만명이 6개월 이상 방이나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로 추산됐다. 일본도 저출생으로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히키코모리 문제가 경제 활력을 더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일본은 히키코모리를 청년 세대의 문제로 여겼다. 10대들이 학교에 안 가거나 20대들이 취직을 안 하려는 세태 정도로 봤다. 일본 정부의 실태 조사도 2015년 15~39세를 대상으로 시작했다가 2019년에 54세까지 대상을 넓혔다. 그런데 지금 히키코모리는 전 세대에 걸친 문제가 됐다. 취업 적기를 놓친 청년 히키코모리는 경제가 살아난 후에도 사회 복귀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년이 됐는데도 은둔·고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 생활을 하던 중·장년층도 실업, 부모 간병 등으로 자신을 고립시키곤 했다. 코로나 확산도 히키코모리 문제를 부채질했다.

중·장년 히키코모리가 늘면서 ‘8050 문제’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80대 노부모가 50대 히키코모리 자녀를 연금 수입으로 먹여 살리다가 빈곤에 빠지고 노인 우울증에도 걸린다는 것이다. 80대 노부모가 사망했는데도 50대 자녀는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집에서 시신과 함께 살거나, 부모 사망 뒤 50대 자녀가 집에서 고독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모가 히키코모리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