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LH 국민 임대주택 주차장에 주차된 BMW 차량./온라인 커뮤니티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무주택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국민 임대주택에 고가 차량의 주차를 제한하겠다는 공지를 냈다. 자산 기준에 맞지 않는 고가 차량 등록이 늘면서 민원이 늘자 내린 조치다.

15일 LH 관계자에 따르면 LH는 최근 전국 임대주택 관리사무소를 통해 입주민 등록차량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LH는 정기적으로 등록차량 전수조사를 시행해 입주민의 고가차량 보유 및 주차 등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한 임대주택에는 최근 ‘고가차량 등록 변경 안내’에 관한 공지문이 게재됐다. LH 주차등록 방침에 따라 ‘3683만원이 넘는 차량의 아파트 내 주차가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LH 임대주택의 입주민 차량은 주차등록 방침에 따라 단지 내 주차스티커를 받아야 주차할 수 있다. 방문객 차량은 차량가액과 관계 없이 임시주차증을 발급 받아 주차할 수 있다.

관리사무소 측은 “임대주택 내 고가차량 주차문제로 지속적으로 민원과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며 “LH 고가차량의 등록 및 주차방침에 따라 우리아파트에 등록된 고가차량의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임대주택 내 고가차량 주차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13일에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이 거주하는 LH 임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고급 차량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함께 공개된 사진을 보면 지하주차장에 BMW, 포드, 캐딜락 등 외제차는 물론 국내 고급 SUV인 제네시스 GV70 등이 주차된 모습이다. 특히 이들 차량 대부분은 최근 출시된 신형 차량으로, 가격은 5000만~6000만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는 “3683만원이 넘으면 입주 조건도 안 되고 주차 등록도 안 돼야 정상”이라며 “우리 아파트에 저렇게 비싼 차량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입주를 못하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한 LH 국민 임대주택에 붙은 '고가차량 등록 변경 안내' 공지./온라인 커뮤니티

LH 국민임대주택은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하는 주택으로, 소득과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입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LH가 정한 입주 기준은 부동산과 금융자산, 자동차 등을 포함한 총자산이 3억6100만원 이하여야 하며 자동차는 세대가 보유한 모든 차량의 합산 가액이 3683만원 이하여야 한다.

온라인상에서도 “저도 LH 아파트인데 벤츠, G90 등 고가차량 여러대 있다” “자동차 명의 나눠서 등록하면 못잡는다” 등 다른 임대주택의 상황도 마찬가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LH는 임대주택 고가차량 보유자에 대해 재계약 거절, 주차등록 제한 등 엄격한 관리를 통해 임대주택 내 고가차량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임대주택 입주민이 보유한 고가차량은 2020년 3076대에서 지난 6월 기준 322대로 크게 줄었다. 다만 영구임대 기존입주자 특례, 철거민 등 자산기준 적용이 유예되거나 적용되지 않는 입주자의 경우 차량가액과 상관 없이 차량을 등록할 수 있다.

LH 관계자는 “고가차량 소유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하여 제도 및 관리체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