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에 앞서 학생들의 휴대폰이 수거돼 있다./신현종 기자

광주광역시 북구의 A 고등학교는 작년 3월부터 학생들이 등교하면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걷고, 하교 때 돌려주기로 했다. 불법 촬영과 악성 댓글로 인한 사이버 폭력이 늘고, 일과 중 드라마를 보는 학생이 늘면서 내린 결정이다. 그런데 이 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등교 시 휴대전화를 강제로 제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작년 11월 이 학교에 “교내에서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A 고등학교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교원은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수업에 부적합한 물품을 사용하는 학생에게 주의를 줄 수 있다’는 교육부 고시가 근거였다.

인권위가 작년 한 해 학생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 학교 56곳에 학칙 개정을 권고했지만, 43%(24곳)가 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8일 조사됐다. 27%(15곳)는 일부만 수용했고, 인권위 권고를 모두 수용한 학교는 30%(17곳)였다.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학교들은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B 고등학교는 작년 8월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했다. 수업을 녹음하거나 여학생의 신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유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내린 결정이다. B고교 교감은 본지 통화에서 “학부모는 90% 이상, 학생은 70% 이상이 휴대전화 수거에 찬성했다”며 “휴대전화 분실·파손 위험이 커 보험까지 들어야 해 교사들이 느끼는 부담은 크지만, 점심때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도 늘고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작년 10월 불수용 입장을 낸 서울 강서구의 C 중학교 교감도 “학부모, 교사, 학생 모두 과반이 찬성해 휴대전화를 등교 때 걷고 일과 시간 후에 돌려주기로 결정해 불수용했다”고 했다.

일선 교사들도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중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강모(26)씨는 “기말고사 후 자습 시간에 한 학생이 교실에서 큰 소리로 통화를 하기에 주의를 줬더니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 통화를 하더라”며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조성에 방해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경기 안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 신모(26)씨도 “수업 중 카톡을 하는 학생에게 경고를 주자 ‘시간 보려고 했다’고 변명을 했다”며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가는 자칫 학부모 민원이 들어올 수 있어 돌려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