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광역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송모(27)씨는 “작년에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줄줄이 올라 한 달 교통비만 11만~12만원 정도 된다”며 “돈 아낀다고 멀리 있는 부모님 집에서 다니는데 교통비가 올라 돈도, 시간도 이점이 없어졌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와 서울 여의도를 오가는 신모(51·회사원)씨는 “교통비는 매일 써야 하는 고정비라 줄일 수도 없어서 부담이 크다”며 “아내 눈치 보느라 30년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고 했다.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아낄 수 있는 ‘공공 대중교통 할인 카드’가 줄줄이 출시된다.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한결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2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합동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는 오는 27일부터 ‘기후동행카드’를 시행하고, 국토부의 ‘K패스’와 경기도 ‘The경기패스’, 인천시 ‘인천I패스’는 오는 5월 출시된다. 교통 전문가들은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에서 대중교통 할인 제도를 운영하지만, 우리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교통카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나라는 없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다양해지겠지만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정액권, 청년할인 등... 할인 교통카드 4종

본지가 카드 비교 전문 사이트 ‘카드고릴라’와 함께 출시 예정인 4가지 교통 할인 카드를 비교·분석했다. 카드 전문가들은 “내 생활 패턴과 맞는 카드를 골라 쓰면 교통비를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기후동행카드는 6만2000원을 내면 한 달 동안 서울 시내 지하철과 시내버스·마을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다. 일종의 ‘프리패스’ 카드다. 3000원을 더 내면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와 신분당선은 못 탄다.

K패스는 월 15회(지하철 기본 요금 기준 2만1000원) 이상만 이용하면 요금의 20%를 되돌려받는다. 만 19~34세 청년이면 30%, 저소득층은 53%로 환급률이 더 높다. 서울에서만 쓰는 기후동행카드와 달리 전국 어디서든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탈 수 있고, 광역버스·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도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용 횟수 60회까지만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The경기패스와 인천I패스는 K패스와 동일한데,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한 추가 혜택을 덧붙였다. 이용 횟수 제한이 없고, 청년 연령도 K패스보다 넓혀 만 39세까지 30% 환급 혜택이 있다. 어린이·청소년·노인 등에 대한 추가 지원금도 준다.

다만 이들 4가지 카드는 모두 KTX나 SRT, 고속버스 타는 데 못 쓴다.

◇연령, 금액, 횟수 등에 따라 카드별 ‘혜택’ 달라

서울 안에서 월 대중교통비 8만원 이상을 쓰는 직장인은 ‘6만2000원 정액권’인 기후동행카드를 쓰는 게 이득이다. 보통 장거리 출퇴근을 하면서 지하철과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고, 가끔 따릉이도 타는 사람들이다.

그보다 적은 교통비를 쓰면 K패스가 더 낫다. 사용 금액의 20%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지하철 기본 요금 구간(10㎞) 등 단거리 이용자도 K패스가 유리하다. 예컨대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시청역까지 매일(월 22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지하철 요금으로 6만1600원이 들어 월 6만2000원짜리 기후동행카드를 쓰면 손해다. K패스를 쓰면 다음 달에 사용액 20%인 1만2320원을 돌려받는다.

분당·일산 등 경기도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기본적으로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가 없다. 오는 4월부터 경기 김포와 인천 등 일부 지역은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 있지만, 5월 도입되는 K패스와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월 8만8570원 넘게 쓰지 않는 한 K패스가 이득”이라고 했다. 다만 서울시도 향후 기후동행카드도 19~34세 청년 요금을 월 5만8000원 정도로 낮춰줄 계획이다.

광역버스나 신분당선, GTX를 자주 이용하는 경기·인천 지역 청년은 The경기패스나 인천I패스를 쓰는 게 낫다. K패스와 달리 월 60회 환급 제한이 없어 많이 탈수록 이익이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할인 카드 대신 경기도와 인천시가 별도로 지원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