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달 27일 도입한 ‘기후동행카드’가 예상 밖의 호응을 얻고 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사전 판매를 시작했는데 열흘 만에 31만5000장이 팔렸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서울 시민은 약 300만명으로 열흘 만에 10명 중 1명이 산 셈이다.

금액을 충전해 쓸 수 있는 실물 카드가 19만1000장, 스마트폰 앱에서 가입해 사용하는 모바일 카드가 12만4000장 팔렸다.

그래픽=송윤혜

기후동행카드는 6만5000원에 서울 지하철과 버스, 공공 자전거인 따릉이를 한 달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 카드다.

서울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당초 올해 50만장 판매를 목표로 삼았는데 조기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객 300만명 중 월 6만5000원 이상 쓰는 시민(95만명)의 절반 정도가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월은 설 명절 때문에 출근 일수가 적은데도 31만장 넘게 팔린 것”이라며 “날씨가 풀리고 개학 시즌이 되면 판매량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실물 카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실물 카드는 261개 지하철역 창구에서 3000원에 팔고 있는데 매일 점심 시간도 되기 전에 ‘금일분 매진’ ‘재고 소진’ 안내문이 붙고 있다.

직장인 최다운(29)씨는 “월 교통비가 8만원이 넘어 수시로 카드 재고가 있는지 묻고 있는데 아직도 못 샀다”며 “밤 늦게 퇴근하다 보니 번번이 재고 물량을 놓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많이 오가는 시청역의 경우 아침에 50장이 풀리면 몇 시간 만에 바로 매진된다”고 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앱에서는 ‘기후동행카드 삽니다’ 등 웃돈을 주고라도 기후동행카드를 사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기후동행카드 실물 카드 가격의 두 배가 넘는 7000~1만원에 산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앱으로 더 많이 가입할 거라 생각해 실물 카드는 20만장만 준비했으나 예상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며 “추가로 15만장을 주문해 7일부터 창구에 풀 계획”이라고 했다.

기후동행카드의 수요는 주로 20·30대 젊은 층에 집중됐다. 서울시가 지난 열흘간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29%, 20대가 27%로 전체 구매자의 56%가 2030세대였다. 이어 50대가 19%, 40대가 17% 순이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 등으로 교통비를 조금이라도 아껴보려는 20·30대 직장 초년생들이 기후동행카드를 많이 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는 기후동행카드 이용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역별로 보면 평일에는 직장이 많은 강남역, 주말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입구역에서 이용 건수가 가장 많았다.

지하철 노선 중에서는 2호선, 5호선의 이용 건수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직장이 많은 강남, 구로디지털단지, 광화문, 여의도 등을 통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계속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올 상반기 중으로 5만원대 청년 전용 기후동행카드 요금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과 이용 대상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20·30대가 전부 청년 요금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기후동행카드로는 서울시 내 대중교통만 이용할 수 있는데 사용 범위도 수도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인천과 김포 주민들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해 김포골드라인 경전철과 광역버스 등을 탈 수 있게 된다. 지난달 31일에는 경기 군포시가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도권 주민들이 이용하는 노선을 중심으로 기후동행카드 이용 범위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