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혼다 등 일본회사에서 만든 자동차 출입을 제한하며 반일 감정을 자극했던 전북 김제 아네스빌CC가 최근 이런 방침을 철회했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일본산 자동차 출입을 금지한 지 2년여 만이다.
9일 김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2월 중순 아네스빌CC에 “일본산 차량의 주차장 출입 제한은 위법이니 이를 시정해달라”는 취지의 시정 권고 공문을 전달했다. 공문엔 앞으로 법령 위반에 따른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제시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신문고에 관련 민원이 제기됐고 주차장법에 특정 국가나 제조사 차량 출입을 제한하는 근거가 없어 시정 권고를 했다”고 밝혔다. 김제시의 권고에 해당 골프장은 일본 차량 출입 금지 공지를 삭제했다.
앞서 아네스빌CC는 지난 2022년 1월 1일부터 최근까지 일본에서 생산한 모든 차량의 출입을 금지했다. 이 골프장은 ‘일제산 차량은 당사 골프장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 일제산 차량에 골프백을 싣고 출입하면 골프백을 내려주지 않는다’는 공지문을 최근까지 홈페이지에 올렸었다.
그동안 출입이 제한됐던 일본차는 도요타, 렉서스, 혼다, 인피니티, 미쓰비시, 마쓰다, 마쓰시다, 스바루, 이스즈 등이다. 당시 아네스빌CC 관계자는 일본차 출입 금지 조치에 대해 “일제의 핍박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고, 후손들에게 자유를 물려주신 조상들의 공로를 잊지 말자는 취지”라며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개인기업의 의지”라고 했다.
당시 이런 공지를 두고 반응은 엇갈렸다.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과 일본 불매 운동을 강요하는 건 과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일부 네티즌들은 일본산 골프채, 골프복, 골프백은 괜찮으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 골프장이 일제 카트를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일각에서는 골프장을 알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골프붐이 불면서 지방으로 가는 골퍼들이 늘자 ‘일본차 출입금지’를 앞세워 ‘애국 마케팅’을 벌인다는 비판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언론도 관심을 나타냈다.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는 ‘한국 골프장의 일본차 출입 금지에 다양성 시대를 역행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골프장의 이번 조치로 고통스러운 것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똑같지 않은가”라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주재 통신원의 말을 인용해 “한국에서는 렉서스, 혼다 등 일본차가 성능이 좋고 운전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매우 인기인데,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일본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라며 “불매운동은 한번 불이 붙으면 금방 퍼지기 때문에 일본차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