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교협)이 14일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열고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의 대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 결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병원 현장의 환자들과 간호사들은 의료 대란 장기화를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14일 저녁 8시 온라인 회의를 열고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대기하고 있다. /뉴스1

◇간호사들은 “교수마저 떠나면 남는 우리만 병원 지키나”

병원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을 두고 “교수마저 병원을 떠나면 간호사들만 병원을 지키는 거냐”고 분노했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각 병동마다 다르지만 매일매일 비상상황으로 돌아가고 있고, 교수나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이 적어도 총선까지는 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26)씨는 “전공의 파업으로 병원 상황은 사실상 마비에 가깝다”며 “교수들마저 집단 사직으로 자신들 의견을 표하는 건 환자를 방치하고 다른 의료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폭력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병원에는 최소한의 교수·의료진만 남아서 환자를 돌보는 상황인데, 교수들까지 떠나면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정도를 넘어 아예 마비 상태가 올 것 같다”고 했다.

일부 병원은 내부 커뮤니티에서도 간호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내부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간호사라고 한 이용자는 “왜 의사들 밥그릇 지키기 때문에 환자와 간호사가 피해 받냐”며 “의사는 답이 없는 집단”이라는 게시글도 올렸다.

지난 8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응급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환자들 “구급차·소아 중증 비용 지원은 다행인데…교수·전공의부터 돌아와야”

14일 오전 7시쯤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만난 이모(40)씨는 1년 반 전부터 췌장암을 앓던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2차 병원인 적십자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하라고 해 옮겨왔는데 사설 응급차를 이용하니 이 짧은 거리에도 8만원이나 들었다”며 “밖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포함해 한 시간에 8만원을 내야 해 이송비가 큰 부담이었는데 지원을 해준다면 다행”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전날 “상급종합병원에서 1·2차 병원으로 전원할 때 필요한 구급차 비용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편, 같은 날 오전 6시쯤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한 사설 구급대원은 “물론 구급차 비용을 지원해준다는 것은 좋은 혜택이지만, 1·2차 병원 응급실로 가는 모든 비용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서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긴급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찾은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1층에는 병동 곳곳에서 소아 환자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쌍둥이 신생아를 안고 토닥이는 부모도 있었고, 얼굴이 노랗게 질려 입에 거품 자국이 묻은 갓난아이의 등을 한 여성이 다독여주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박모(40)씨는 오른쪽 허벅지에 골육종암을 앓았던 13살 아들이 넘어져 다치면서 아예 걸을 수 없게 되자 지난 6일 소아응급센터를 찾았다. 박씨는 “며칠 전 새벽 갑자기 아들에게 탈수가 와서 수액을 달라고 했는데, 전공의가 없어 밤을 꼬박 지새운 후 아침이 돼서야 수액을 맞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다음 주에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하면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큰일이라 걱정”이라고 했다.

이 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찾은 한모(38)씨는 이날 새벽에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이달 초에 낳은 아이가 폐렴에 걸려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급하게 올라오는 바람에 교수가 사직할 예정이란 말도 못 들었는데, 아이가 문제 없이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