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가 19일 공개한 이세돌과의 인터뷰. /구글코리아

“다시 태어나면 바둑은 취미로 즐기고 AI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8년 전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펼친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이야기다. 그는 알파고의 등장 이후 바둑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구글코리아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19일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예전에는 ‘다시 태어나도 바둑 프로기사를 꼭 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얘기했지만 알파고가 나온 뒤로는 생각이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9년 은퇴한 이세돌은 “인공지능이 은퇴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며 “은퇴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세돌은 2016년 바둑의 인간 최고수로서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의 바둑 AI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국을 펼쳤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많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한데다 상대의 수를 읽는 직관력과 상상력, 승부수를 띄우는 결단력 등 정신력을 요하는 게임이라 AI가 정복하기 어려운 분야로 여겨졌다.

이에 많은 이들이 이세돌의 압승을 예상했으나, 예상을 깬 알파고의 실력에 이세돌은 1승 4패로 대국을 마무리했다. 이후 이세돌은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유일한 프로 기사로 남았다.

당시 대국에 대해서는 “막상 보니 승부 호흡도 없고 고민하지 않고 바로 수를 두는 모습을 보니 벽에다 테니스 공을 치는 느낌이었다”며 “제가 너무 안일하게 준비를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AI가 바둑을 배우는 방식에 가져다준 변화를 묻자 “AI가 나온 이후로는 (바둑이) 마치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히는 것 같아서 예술성이 퇴색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구글코리아가 19일 공개한 이세돌과의 인터뷰. /구글코리아

이세돌은 “앞으로는 AI 기술이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도 없을뿐더러 이 방향으로 발전이 없다면 인류는 굉장히 암울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며 “AI 기술은 그 정도로 절대적”이라고 했다.

AI 개발의 핵심 원칙에 대해서는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AI가 너무 필요하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하고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AI를 벌써 두려워하는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든 느끼지 않든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당장 AI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공포는 조금 과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AI 등장 이후 (바둑기사가 느끼는) 괴리감과 아쉬움을 말했지만 아마추어 기사들이 즐기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좋을 거다. 수를 둔 뒤 AI를 틀어보면 좋은 수였는지, 안 좋은 수였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바둑을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