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출신 ‘중국인’ 정율성은 중국공산당에 충성을 다했던 ‘작곡가’다. 중국에서는 ‘혁명 음악가’라고 한다. 정율성은 ‘중국인민해방군가(팔로군 행진곡)’를 작곡했다. 6·25 당시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와 우리 민족의 염원이던 ‘자유 민주 통일’을 훼방한 중공군이 부르고 다닌 노래가 바로 정율성이 작곡한 ‘중공군가’다. 정율성은 중국공산당을 찬양하고, 독재자 마오쩌둥을 칭송하는 노래를 다수 작곡하기도 했다.
또한 정율성은 1945년 해방 후 북한으로 넘어가 6년 동안 ‘선전·선동꾼’으로 일했다. 그는 1950년 북한의 불법 기습 남침으로 발발한 6·25에 북한군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당시 그가 지은 노래가 ‘조선인민유격대 전가’ ‘중국인민지원군 행진곡’ ‘공화국 기치 휘날린다’ ‘우리는 탱크부대’ 등이다. 지금 북한의 이른바 ‘조선인민해방군가’ 역시 정율성의 곡이다.
정율성은 항일과 거리가 먼 중국공산당 활동에 주력했다. 북한의 남침을 독려하고 적화를 찬양하는 노래를 만드는 데 매진했다. 중국 귀환 후에는 당시 우리 ‘적성국’의 국민으로 살았던 자에 불과하다. 설혹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해도, 정율성은 그 재능을 ‘중국 공산혁명’과 ‘한반도 공산화’를 위해 바쳤을 뿐이다.
세금 12억원 들인 ‘정율성 고향집’
전남 화순군 능주면에는 ‘정율성 고향집’이 있다. 정율성이 세 살이던 1917년 화순군 능주면으로 이주해 1923년까지 7년 동안 거주했다고 화순군은 주장한다. 이 기간, 정율성은 능주면 소재 능주공립보통학교(현 능주초등학교)에 재학했다. 화순군은 정율성 거주 사실을 내세워 중국 관광객 등을 유치할 생각인지 그 ‘생가’를 조성했다. 사업명은 ‘중국인 관광 명소화 사업’이다. 화순군은 사업 추진 사유로 “화순군에 산재한 중국 관련 콘텐츠인 주자묘(朱子廟), 적벽(赤壁) 등과 연계하여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화순군은 정율성이 능주면 거주 당시 잠시 다녔다는 능주초등학교 교내에 ‘정율성 교실’을 만들고, 정율성 대형 벽화를 그렸다. 관련 조형물, 기념 시설도 설치했다.
화순군 능주면 소재 ‘정율성 고향집(67.86㎡)’의 방은 3개다. 화순군은 공터였던 이곳에 12억원을 투입해 초가를 모방한 건물을 짓고, 주차장과 진입로를 조성했다. 지금부터는 이 사업에 화순군이 투입한 12억원의 지출 명목과 그 타당성을 살펴보자.
화순군이 조성한 ‘정율성 고향집’은 주민 650여 명에 불과한 능주면 관영리에 있다. ‘정율성 고향집’ 부지 면적은 360㎡(109평)다. 이 부지는 화순군이 2016년 관영리 주민 박모씨로부터 사들인 땅이다. 관영리 282번지 대지 면적은 원래 307㎡(93평)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곳에는 면적 109㎡(33평)인 주택이 있었다.
화순군이 해당 부지를 사들인 2016년 당시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 282번지’ 소재 주택의 공시지가는 2180만원이다. 또한 화순군은 해당 부지 바로 옆 ‘관영리 281-1번지(53㎡)’를 사들여 ‘282번지’로 합병했다. 화순군은 이 두 필지와 주차장 부지를 사들이는 데 총 2억6021만원을 썼다.
용산 ‘드래곤시티’보다 건축비 비싸
현재 ‘정율성 고향집’의 건물 면적은 약 68㎡(20.6평)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율성 고향집’은 ‘일반목구조 초가지붕 단층 문화 및 집회시설’로 등록된 ‘전시관(48.96㎡)’과 ‘안내소(18.9㎡)’로 구성돼 있다. 화순군은 다 합쳐서 20.6평 남짓 하는 초가 건물 2개 동을 짓는 데 2억6235만원을 썼다. 평당 건축비가 1276만원이나 들었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설계비 ▲전기공사비 ▲통신공사비 등이 빠진 금액이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화순군의 〈'정율성 생가’ 조성 관련 세부 사업 내역〉에 따르면 ▲음악가 정율성 선생 전시관 신축공사 실시설계 용역 1665만6000원 ▲중국인 관광 명소화 사업(음악가 정율성 선생 신축공사, 전기공사) 2576만5000원 ▲통신 공사 567만6000원 ▲전기공사 준공금 1872만원 등 6682만원을 건축비에 포함해야 한다.
이럴 경우 화순군이 만든 ‘정율성 고향집’의 총 건축비는 3억2917만원, 평당 건축비는 1598만원으로 뛴다. 이는 2014년에 착공하고 2017년에 개장한 서울시 용산구 소재 5성급 호텔 ‘드래곤시티’의 평당 건축비 712만원(건물 면적 5617평, 건축비 4000억원)의 2.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드래곤시티’는 ▲구름다리(스카이브릿지) ▲용의 승천 형상화 등 ‘독특한 외관’을 만들기 위해 각종 첨단 공법을 적용했다고 선전하는 서울 중심 소재 ‘객실 1700개’ 규모 특급 호텔이다. 이런 곳보다 면 소재지 외곽의 초가 형태 전시관 건축비가 2배 이상 비싸다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러 기준을 고려했을 때 국민적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9100만원 들였다는 ‘콘텐츠’의 수준
2017년 당시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신축 아파트(11~20층 이하, 주거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기준)’ 기본 건축비는 평당 461만원이다. ‘정율성 고향집’ 건축비의 36%에 불과하다. 새 아파트를 지을 때 쓰는 만큼만 ‘정율성 고향집’ 건축비로 썼다면, 화순군의 세금 지출은 9497만원에 그쳤을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한편, 조달청이 2018년에 펴낸 《2017년도 공공건축물 유형별 공사비 분석》에 따르면 당시 공공건축물의 단위면적(㎡)당 공사비는 213만원이다. 평당 703만원인 셈이다. 이는 ‘정율성 고향집’ 건축비의 55% 수준이다.
화순군은 ‘정율성 고향집’ 조성과 관련해 건축비 외에도 ▲포토존 설치 2101만원 ▲주방소품 구매 480만원 ▲입구 안내판과 전시음향 콘텐츠 구매 590만원 ▲전시콘텐츠 제작·설치 공사비 4854만원 ▲외부 조성 공사 준공금 1127만원 ▲전시관 방염·방충 사업 준공금 2090만원 등 1억1186만원을 지출했다. ‘콘텐츠’에만 9100만원가량을 쓴 셈이다.
포토존은 ‘전시관’ 운영 당시 중공군 복장을 한 정율성과 그 가족의 등신대가 있던 마루 한쪽과 실제 크기로 만든 플라스틱제 말 모형이 놓인 마당 한편을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네이버에서 ‘등신대 제작’으로 검색한 뒤 가장 위에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조회한 결과 ‘업체 추천’ 조건으로 가장 비싸게, 제일 큰 등신대 1개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4만4260원이다. 2점을 만들어도 3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누가 봐도 ‘정율성 고향집’에 있는 말 모형보다 예술적 가치가 있는 ‘중국산 실물 크기 청동제 수공예 말 모형’이 105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이를 고려하면, 등신대와 말 모형 구입비는 150만원이면 충분하지만, 화순군은 그의 14배에 달하는 2101만원을 썼다. 그 외 ‘콘텐츠’ 역시 양과 질 면에서 소위 ‘가성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관광명소’
이런 식으로 12억원을 써서 만든 ‘정율성 고향집’은 화순군의 바람대로 ‘관광명소’가 됐을까. 그렇지 않다. 해당 시설의 관리인이 집계하고, 화순군에 보고한 내역에 따르면 ‘정율성 고향집’은 다른 걸 떠나서 ‘가성비’도 좋지 않다. 화순군은 2명을 고용해 ‘정율성 고향집’ 관리인으로 두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1명이 관리한다. 화순군은 작년에 관리인 인건비로 3263만원, 지난 5년 동안 1억2354만원을 썼다. 12억원을 들여 만들고, 매년 3200만원을 들여 관리하는 ‘정율성 고향집’을 찾는 관광객은 ▲2019년 546명 ▲2020년 394명 ▲2021년 637명 ▲2022년 534명 ▲2023년 372명에 불과했다. 하루에 찾는 이가 2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내·외국인 구분이 안 된 통계다. 화순군이 방문객 수만 집계하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 명소화’란 목적으로 12억원을 들여 해당 시설을 만들었지만, ‘중국인 관광객 통계’를 따로 생산·관리하지 않는다. 매년 관리인 인건비로 3000만원 이상을 지출하면서도 이 같은 단순 업무조차 하지 않는다. 이 같은 화순군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와 관련, 화순군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사업비를 전용면적으로 나누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정율성 고향집 조성 사업비) 금액이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서 해당 시설 존폐 여부에 대해 “결정된 건 없지만,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있는지 계속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