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를 관찰해보니, 일을 대하는 문화와 ‘가치체계’야말로 국가 성공의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면하게 일하는 것을 명예로운 일로 여기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문화를 가진 국가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2022년 7월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마하티르 빈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국가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아시아 정치 거물’ 마하티르 빈 모하맛(99)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22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화상으로 참석해 자신의 국가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일부 국가에선 노력이나 고된 일을 거부하는 문화가 퍼져있다”며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하는 나라는 번영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일을 바라보는 문화를 바꾸는 것이 국가 발전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1925년생인 그는 1981년 총리에 올라 2003년까지 5차례 연임했다. 이후 2018년 다시 총리가 돼 2020년 사임했다. 두 번째 집권 땐 세계 최고령(95세) 선출직 국가원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마하티르는 “가난한 나라를 물려받더라도, 부유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총리에 취임한 직후 한국과 일본을 본받자는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펼쳤다. 그는 “일을 대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그들의 성과와 성공능력을 결정한다”며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는 문화가 성공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그는 당시 농업 국가였던 말레이시아를 철강·자동차를 생산하는 제조업 무역 강국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국가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지나치게 강경한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과 북남고속도로 등 주요 국가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한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1991년에는 말레이시아가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비전 2020(Wawasan 2020)’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정의한다.

세계 청년들의 ‘취업난’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바라는 일자리가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며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 시작해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