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송파구의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는 어른들만 참여하는 직업 체험 행사 ‘키즈(kids) 아니야’를 열었다. 400명분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취업 준비생 임예지(26)씨는 키자니아에서 소방관·스튜어디스·라면 연구원 등을 체험했다. 행사 내내 직원들은 임씨를 ‘임예지 어린이’라고 불렀다. 임씨는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무한 경쟁에 지쳐 동심(童心)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키자니아 관계자는 “’애들 학교 보낸 뒤 내가 좀 가게 오전에도 열어달라’는 젊은 학부모들의 문의도 들어온다”고 했다. 구로구청도 최근 어린이 대상이었던 천왕산 목공 체험장에 관련 문의가 많아지자 성인 대상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서울 잠실롯데월드에 있는 드레스 대여 업체는 ‘공주님·왕자님 옷’ 등 대여 대상을 성인으로 확대했다. 매주 10명 내외 성인이 찾는다. 직장인 천수민(32)씨는 지난 22일 이 업체에서 ‘왕자님 망토’를 빌려 얼굴에 반짝이 스티커를 붙이고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천씨는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의 주인공이 되니 행복했다”고 했다.
인천대 이영애 교수는 “2030세대는 대한민국 사회가 고도 성장의 과실을 구가하면서도 양극화는 덜했던 1990~200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다”며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로 불리며 취업·결혼·출산 등 팍팍한 삶을 헤쳐나가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성신여대 허경옥 교수 역시 “그러한 배경에서 과거의 공간, 장난감을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현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