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찾은 경기 수원 ‘한화포레나 북수원’엔 어린이 놀이터 옆에 반려견 놀이터가 있었다. “몸무게 15㎏ 이하 중소형견만 입장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반려견 계단 등 놀이기구 8개와 반려견 음수대, 벤치도 있었다. 9세 푸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주민 김모(35)씨는 “마음껏 목줄을 풀어놓을 수 있어 아이(개)도 나도 행복하다”며 “하루 3번, 일주일 20번 이상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2세 푸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은 지모(34)씨도 “강아지 사회성을 기르기도 용이하고, 강아지를 계기로 동네 주민들과도 인사하며 안부를 나누게 돼 좋다”고 했다.
최근 이 같은 반려견 놀이터를 갖춘 신축 아파트가 늘고 있다. 2019년 준공된 대우건설의 ‘의왕역푸르지오라포레’를 시작으로, 한화건설은 전국 7곳 아파트에 반려견 놀이터를 설치했다. SK에코플랜트, 포스코이앤씨, 쌍용건설, 태영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도 뒤를 따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못잖은 개품아(반려견 놀이터를 품은 아파트) 열풍”이라고 했다.
지난해 KB금융그룹 조사에서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262만명으로 조사됐다. 5000만 국민 중 4분의 1이 반려견을 키우는 셈이다. 서울 강남 일대에선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 혈자리 주사’까지 등장했다. 청담동의 한 ‘동물한방·재활의학센터’에서 놔주는 이 주사는 회당 31만5000원. 고령 반려동물의 관절 질환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밖에 연어의 정소에서 추출한 ‘애니콘주 주사’와 ‘콜라겐주 주사’ 역시 높은 가격에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병원 관계자는 “반려견 등의 주요 혈자리에 직접 주사한다”며 “통증이 매우 적고 기능 개선과 조직 재생 효과도 입증됐다”고 했다.
이 밖에 반려동물 대상 ‘침뜸 치료’나 ‘비만 클리닉’도 성업 중이다. 반려동물 전용 수영장에서 50분 아쿠아 운동, 40분 수의사 상담으로 구성된 비만 클리닉 프로그램은 회당 10만원이다.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KB 경영연구소)를 보면 , 2021년 반려동물 의료비 지출 규모는 평균 46만8000원이었으나 2년 뒤 78만7000원으로 올랐다. 반려동물을 사람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브랜드 아파트에 반려견 놀이터가 생겨나고, 반려동물 대상 줄기세포 주사까지 등장하는 현실이 생소하다는 반응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