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등 큐텐(Qoo10) 계열사들의 정산 지연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사옥 앞에서 소비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티몬·위메프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손해를 피하기 위한 이른바 ‘폭탄 돌리기’ 행태가 발생해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티몬에 입점해 여행상품을 판매해온 한 여행업체가 “판매금이 정산되지 않아도 여행을 책임지겠다”고 밝혀 화제다.

엔타비트립을 운영하는 엔타비글로벌 측은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티몬 사태 관련 투어 진행 공지’를 올려 “당사도 티몬 입점 업체로 전월부터 현재까지 판매 정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티몬 담당자로부터 무기한 정산 지연에 대한 최종 공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엔타비트립은 티몬을 통해 일본과 대만 투어 상품을 판매해왔다. 회사 측은 “당사와 당사의 여행 상품을 찾아주시는 고객님의 추가 피해를 막고자 티몬을 통한 여행 상품 판매는 중단했다”며 “현 사태와 관련해 당사 여행 상품을 티몬으로 구매해 주신 고객님 한분 한분께 투어 이용에는 일체 차질이 없음을 공지드렸다”고 했다.

아울러 “판매금 정산 관련해서는 당사와 티몬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며 여름 휴가철 여행을 고대하고 당사를 찾아주신 고객님의 여행은 당사 판매금이 정산되지 않아도 티몬 측 고객 취소 환불이 불가한 경우에도 당사가 책임지고 진행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 같은 공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일 참 잘한다. 다음 여행 때 이용하겠다” “이름 기억하겠다. 고객 먼저 생각하는 회사는 돈쭐 나야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인데 대단하다. 이런 여행사면 믿고 여행갈 수 있겠다” “대부분 소비자한테 폭탄돌리기 하고 있던데 이런 회사 처음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엔타비트립 티몬 취소 사태 관련 공지문./ 홈페이지

티몬과 위메프는 최근 입점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정산금 지급 지연을 공지했다. 이에 판매 상품에 대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판매자들이 기존 주문건을 취소하기 시작했고, 피해는 이커머스 거래가 활발한 여행업계를 중심으로 불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미지급 규모는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여행업계 중 미수금 피해액이 가장 큰 곳은 하나투어로 8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어 모두투어 60억원, 교원투어와 노랑풍선은 50억원이 넘을 것으로 파악된다. 참좋은여행도 2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자들이 정산받지 못한 대금은 5월 판매분으로, 6∼7월 판매대금 정산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여행업계에선 소형 여행사의 도산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등 주요 여행사들은 고객들에게 티몬·위메프에서 진행한 기존 예약건을 취소한 뒤 여행사에서 재결제할 것을 권할 방침이다.

문제는 티몬·위메프에서 원활한 환불이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전날(24일) 티몬·위메프의 결제와 승인 취소를 대행하는 결제대행업체(PG사)들이 관련 기능을 막은 사실이 전해졌다.

이에 티몬·위메를 통해 국내외 항공권, 숙박, 패키지 여행 등을 예약한 소비자들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 놓였다.

온라인상에서는 소비자들의 피해 호소 글이 줄잇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당장 토요일 비행기인데 취소 연락이 왔다. 특가로 구매할 때는 159만원쯤에 한 거 같은데 취소 후 여행사에서 결제할 거면 172만원가량 결제하라고 한다”며 “어쩔 수 없이 구매하고 티몬에 1시간가량 통화 대기해서 환불 신청해놨는데 사이트에서는 환불이 안 된다. 환불 계좌를 아무리 입력하려고 해도 입력 오류다. 돈 받을지는 미지수다. 화난다”고 했다.

가족과의 해외여행을 계획했다는 또 다른 소비자 B씨도 “예비군 훈련 받다가 날벼락 맞았다. 추석 여행으로 온 가족 8명 대략 1000만원 정도 결제했는데 여행은 글러 먹은 것 같고 환불이라도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 속상하다. 어머니 해외 한 번 모시고 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