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북 예천군 보문면의 한 단독 주택에서 불이 나 90대 여성이 숨졌다. 119 신고가 들어온 시각은 오전 2시 14분, 현장 도착에 22분이 걸렸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출동했으나 20km 거리가 있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고 했다.

서울·부산 등 인구 밀집 지역과 강원·충북 등 인구 소멸 지역 간 소방 출동 시간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119가 신고를 받고 7분 내 현장 도착한 비율은 서울이 93.4%(평균 소요 시간 4분 59초)로 전국 1위였고, 충북이 41.1%(9분 10초)로 꼴찌였다. 7분은 콘크리트 건물 내부에서 발생한 불이 공간 전체로 번지는 평균 시간이다. 이 시간 내 현장에 도착해야 인명 구조와 조기 진화를 기대할 수 있기에 ‘화재 골든 아워’로도 불린다.

7분 내 현장 도착률은 서울(93.4%), 부산(86.9%), 대구(84.3%), 인천(79.8%), 대전(79.3%) 순서로 높았다. 반면 충북(41.1%), 경북(46.3%), 강원(50%), 경기 북부(54.3%), 경기(57.8%) 순서로 낮았다. 지역 면적에 비해 인구가 많은 대도시권이 대체로 7분 내 도착률이 높다. 경기는 면적이 넓은 가평·연천·포천 등 농촌 지역 영향으로 골든 아워 준수율이 낮은 것으로 소방 당국은 보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지난달 12일 충북 진천군 초평면에서 차량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소방은 신고 1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60대 남성 운전자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진천소방서 관계자는 “초평면에는 119센터가 없고 의용소방대만 있다”며 “농촌은 도로가 좁아 신속한 접근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지난 1월 발생한 전북 익산시 함라면 단독주택 노부부 사망 화재 사건은 출동까지 13분이 걸렸다. 당시 현장과 불과 1km 거리에 있던 함라지역대 소방관이 모두 다른 현장에 출동한 탓에 7km 떨어진 함열119센터에서 구조를 나갔다고 한다. 일선 지역대는 소방관 3명이 근무할 뿐이어서 업무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소방관 1인당 담당 면적은 서울이 0.08㎢로 가장 좁고, 강원이 3.78㎢로 가장 넓다. 경북 3.36㎢, 전남 2.74㎢, 충북 2.60㎢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미국은 민간인으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에 적극적으로 예산과 장비를 지원해 광활한 국토의 소방 수요를 충족시킨다”며 “한국도 의용소방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