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구상을 철회하고 오는 9월 설계공모를 통해 국가 상징 공간 조성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여론 수렴 결과 시민 59%가 광화문 광장에 국가 상징 공간을 조성하는 것에 찬성했고, 적합한 상징물로는 태극기가 가장 많이 꼽혔다”며 “내년 9월 준공 목표”라고 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시민 제안이 총 522건 들어왔다. 이 중 국가 상징 공간 조성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9%(308건), 반대 응답은 40%(210건), 기타 1%(4건)로 집계됐다.
국가 상징 공간 조성에 적합한 상징물은 태극기가 215건(41%)으로 가장 많았다. 무궁화 11건, 나라문장 및 국새 각 2건, 애국가 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훈민정음, 소나무, 역사정원, 6.25 참전국 국기, 독도 등 다양한 시민 의견이 제시됐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상징물 디자인과 관련해선 미디어아트 작품이나 빛조형물 등을 활용하자는 제안, 국기게양대 형태의 미디어폴, 키네틱(움직이는) 아트 등 상징물을 만들자는 제안 등이 있었다. 해시계, 훈민정음 등 역사성이 깃든 상징물을 활용하거나, 국가 상징적 건축물·공원 등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반대 의견은 ‘현재 광화문광장 인근에 국기게양대가 있어 추가 상징물은 불필요하다’, ‘광화문광장 현 상태 유지를 희망한다’, ‘정책 및 예산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등이었다.
서울시는 “시민의 제안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번영을 이룬 대한민국의 의미를 담음과 동시에 자유와 평화를 지켜낸 UN참전용사의 헌신, 대한민국 번영의 기틀이 된 희생을 기억할 수 있는 국가상징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앞서 6월25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고, ‘꺼지지 않는 불꽃’ 조형물도 만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일각에서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지나친 애국주의를 연상시킨다’ 등 비판이 일었다. 이에 서울시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며 여론 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유민주주의를 어떻게 형상화느냐 생각하다가 발상이 나온 게 태극기였다. 번영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모습을 태극기의 높은 위치로 상징화해서 보여드리자는 취지였다”며 “그러나 꼭 태극기를 사용하고 높이를 높여야 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도 많았기 때문에 한달 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상징물에 태극기가 들어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번 시민의견 수렴 결과에 대해 전문가 자문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음 달 설계 공모를 추진할 예정이다. 설계공모 후 12월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한 뒤 내년 5월 본격적인 공사 착수, 내년 9월 준공해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