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 시절 내성적인 오타쿠 성향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만화라는 주제의 사업 영역에서, 좋아하는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는 것”을 제 행복의 기준이자, 성공의 정의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스닥 상장을 달성한 지금보다도, 지난 20여년 간이 저에게는 더없는 성공의 순간들이었고, 행복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미국 상장에 성공하지 못했더라 할지라도, 제 인생은 행복의 순간들로 채워져 있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각자의 성공의 정의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김준구(47) 네이버웹툰 대표는 2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8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모교 후배들에게 “각자만의 성공의 정의를 만들라”고 당부했다.
서울대 응용화학부(현 화학생물공학부) 97학번인 김 대표는 지난 6월 네이버웹툰을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며 K웹툰 세계화의 새 지평을 연 인물이다. 그는 공학 전공에 따라 개발자로 네이버에 입사했음에도 ‘만화광’이란 취미를 살려 스타 웹툰 작가들을 직접 발굴하며 네이버웹툰을 일궜고, 2014년 포브스에서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차세대 리더 12인에 오르기도 한 인물이다. 이날 김 대표는 “모교의 졸업식에서 축사를 한다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면서도 “제 졸업 학점은 2.0001로 당연히 꼴찌로 졸업했을 텐데 저를 불러줘 당황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을 닫고 졸업했던 제가 축사의 자리에 선다는 것이, 사회라는 새로운 곳에 발을 딛는 여러분들께 용기를 드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지의 영역이자 고난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 사회가,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세 가지를 후배들에게 당부. 첫째는 각자 성공의 정의를 만들라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인생에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며 “인간의 행복은 성공에서 비롯하지만, 나는 이 성공이라는 단어가 사회가 정의하는 성공이 아닌, 여러분 각자가 정의하는 성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모회사인 네이버에서 웹툰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경영진 컨펌도 안 받고 몰래 시작해 사업의 규모는 너무나도 작았고 초기에는 지원도 없어 첫 번째 웹툰 공모전은 당시 내 석 달 치 월급을 사비로 써서 진행했다”며 “그럼에도 오히려 몰래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회사 선배들은 가장 유망한 검색이나 커뮤니티 사업으로 옮길 것을 권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좋아하는 웹툰을 매일 보는 걸 계속할 수 있는 한, 이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다”라고 답했다. 내 성공의 기준과 행복의 기준이 명확히 있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둘째로는 성공의 정의를 결정할 때 본인의 자유의지를 경청하라고 했다. 김 대표는 “본인 욕망에 솔직해지라”며 “능동적으로 선택한다면 좋은 결과에서 큰 행복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셋째로 그는 “망설이지 말라”며 우선순위에 따라 과감히 배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것을 권했다. 그는 “네이버웹툰을 만들고 성장시키며 했던 모든 일들도, 나 개인의 통찰이었다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항상 청취했기에 가능했었다”며 “지속적으로 개선된 스크롤 포맷도, 웹툰 업계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미리보기라는 비즈니스 모델도 작가와의 논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유홍림 총장은 이날 학위수여식사에서 “학문공동체의 이름으로 우리가 공유하고자 했던 ‘서울대의 가치’가 여러분의 활약을 통해 세계 속에서 실현될 것”이라며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을 믿고 큰 꿈을 담아 새로운 영역, 새로운 세계로 과감하게 나아갈 것”을 강조했다. 이어 유 총장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밝히고, 공동선을 실현하는 일에 갈고닦은 역량을 십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학위수여식에선 학사 976명, 석사 1135명, 박사 711명 등 총 2822명에게 학위가 수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