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중앙도서관이 지난 3월 보물 지정 신청을 한 ‘불정심다라니경’ 언해본, ‘주자증손여씨향약’ 언해본 등 중세 국어사 자료 4종과 최초의 한국학 학술지 ‘조선어문학회보’ 등 귀중 기록유산 120여점을 대중에 최초로 공개한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올해 심악문고 설치 30주년을 맞아 ‘산처럼 높고 견고하여라: 국어학의 큰 스승 심악 이숭녕 기념전’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개막식은 오는 4일 오후 2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정관 1층에서 열리고, 전시는 이날부터 내달 31일까지 관정관 1층 관정갤러리 앞에서 진행된다.
이번 기념전은 중앙도서관이 귀중 기록유산을 일반인에게 전면 공개하는 전시 공간을 마련한 첫 사례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일반인 관람이 가능한 특별 전시 공간을 마련해 학내 구성원뿐 아니라 일반인도 자유롭게 전시를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며 “한글날이 있는 10월 달 내내 개방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앙도서관 개인문고 중 가장 많은 문헌의 수를 자랑하는 심악문고엔 보물급 15~16세기 언해서 10여점과 귀중본 지정 문헌 6점, 15세기부터 1909년까지의 고문헌이 883점, 1910~1950년대 근대문헌 2135점이 소장돼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9065점의 심악 문고 컬렉션 중 귀중본 고서, 육필자료, 지도, 서화, 현판 등 대표 소장품 120여 점을 엄선해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 서울대는 2011년 법인화 이후 최초로 소장 중인 중세 국어사 자료 4종을 ‘보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 당시 보물 신청한 현존 유일본인 ‘불정심다라니경’ 언해본을 포함해 ‘주자증손여씨항약’ 언해본, 15세기 ‘묘법연화경’ 언해본이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한정적 예산 때문에 이들 문헌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지난 10여년 동안 방치돼 왔는데 문헌 한 종이 보물과 같은 문화재가 될 경우 문헌 복원·관리에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며 문헌 관리를 위해 보물 신청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이번 전시에선 국어학의 큰 선생 심악 이숭녕 선생의 경성제국대학 시절 노트, 서울대 교수 시절 강의노트, 말년의 육필 유고, 현판 글씨 등도 최초 공개된다.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 전공이 주축이 돼 발간한 최초의 한국학 학술지 ‘조선어문학회보’도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한편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한국 최대의 근대 문헌 소장처로서 사회적 역할 강화와 근대기록문화유산 이용 활성화를 위해 ‘근대기록문화유산 거점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번 전시는 본 사업의 일환인 ‘특별전’으로 개최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