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세종대 학생회관 1층 식당. 정오가 지난 시점 학생들과 외부인들이 주문을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식당 안에는 메뉴가 나왔다는 알림음이 계속 울렸다. 30분이 지난 시점이지만 벌써 300개가 넘는 메뉴가 팔렸다. 방학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학생 식당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1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 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받고 있다.//뉴스1

이처럼 고공행진 중인 외식 물가로 인해 대학생들이 외부 식당 대신 학생 식당을 찾는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 외식 물가는 37개월 째 치솟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3%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인 2.4%를 웃돌고 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심지어 방학 기간인 와중에도 학생식당을 찾는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외식 물가가 비싸지다보니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생들이 저렴한 학식으로 눈길을 돌리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3000원~6000원에서 4000~7000원으로 가격을 올린 뒤 학생들의 반발을 샀던 서울대 학생식당도 방학이지만 학식을 먹으러 온 학생들이 많았다. 서울대는 2023년 7월과 2024년 7월 학식 매출을 비교했을 때 4만9232건에서 5만1601건으로 4.8% 늘었다.

서울대 기계공학부에 재학 중인 정석호(24)씨는 “방학에도 주 10회 정도 학식을 먹는다”며 “아침은 굶고 점심·저녁은 모두 학생식당에서 해결한다” 했다. 이어 “비싼 메뉴는 6500원까지도 하지만 양질의 음식이니 괜찮다. 밖에선 영양가 적은 메뉴도 8000원이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학생은 “밖에서 사먹는 것과 달리 학교 측에서 메뉴를 선정해 영양분이 풍부해 학식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서울 시내 한 먹거리 골목. /뉴시스

세종대 학생회관은 작년에 비해 올해 일 평균 방문 수 눈에 띄게 늘었다. 7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73% 증가했다. 해당 학생식당 업체 관계자는 “밖에선 워낙 비싸다 보니 밖에서 한 그릇 먹을 돈이면 여기서 두 그릇은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 식당의 인기 메뉴로 꼽히는 제육덮밥은 4500원, 육회비빔밥은 5500원에 판매 중이다. 세종대생들은 “밥은 먹어야 하고, 굶을 수는 없는데 선택지가 별로 없다”며 “저렴한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도 요즘은 세트로 먹으면 8000원은 줘야 하니 가능하면 학생 식당에서 먹는다”고 했다.

학기 중에도 학생 식당을 찾는 비율은 올라가는 추세다. 경북대는 학생들 학식 이용률이 지난 1학기 기준 1년 전 대비 10~15%, 월 평균으로는 1250~1300명 늘었다. 교직원도 1100명 늘었다고 한다. 경북대 관계자는 “지난해 5500원에서 6000원으로 500원 늘렸는데도 인기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경북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이모(25)씨는 “등록금도 비싼데 식비라도 아껴야 하나 싶어 자주 학식을 먹는다”며 “점심으로 학식을 배부르게 먹으면 저녁까지 거를 때도 있다”고 했다.

정부가 경제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을 위해 운영 중인 ‘1000원의 아침밥’도 인기다. 고려대는 “올해 1학기에 운영했던 1000원의 아침밥이 2023년 6만121명에서 올해 9만865명으로 51.1% 증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