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횡단보도의 녹색등 켜는 시간이 늘어난다. 최근 고령화 추세에 따라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걸음이 느린 노인들도 편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녹색등 켜는 시간을 더 늘리는 것이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16일 노인들이 많이 다니는 횡단보도 123곳의 녹색등 시간을 3~6초씩 연장한다고 밝혔다. 녹색등 켜는 시간을 늘리는 곳은 노원구 노원역, 종로구 탑골공원, 중구 서울광장, 관악구 신림종합사회복지관 등이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노인이 많이 살고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동네의 횡단보도를 우선 선정했다”고 말했다.
현행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1초당 1m를 걷는다고 가정해 녹색등 켜는 시간을 정한다. 예외적으로 노인보호구역과 어린이보호구역의 횡단보도는 1초당 0.7m를 기준으로 한다.
이번에 선정한 123곳은 보행자의 걷는 속도 기준을 1초당 약 0.8m로 맞췄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상 노인보호구역 수준으로 속도 기준을 낮춘 것”이라며 “횡단보도 길이에 따라 3~6초 정도 녹색등 켜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고 했다.
서울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달 기준 179만명이었다. 전체 인구의 19%로 시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셈이다.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0년 9739건이었던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는 지난해 1만921건으로 3년 새 1182건(12%) 증가했다. 횡단보도의 녹색등 켜는 시간을 늘려달라는 시민 민원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말까지 교통신호기 조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녹색등 켜는 시간을 연장할 횡단보도를 추가 발굴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