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최근 국내 출시된 이후 오남용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비만 전문가가 “정상체중인 사람이 쓰면 부작용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경곤 아시아 오세아니아 비만학회장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주 큰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는 않기 때문에 부작용을 꼭 감안하고, 그럼에도 치료의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판단될 때 사용해야 한다”며 “투약을 중단하면 체중이 바로 원래대로 돌아간다.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 학회장이 언급한 부작용은 탈수와 콩팥 손상, 담낭염, 혈당 저하에 따른 시력 악화 등이다. 김 학회장은 “갑작스럽게 식욕이 떨어지면 물도 잘 안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에 따라 탈수가 심하게 올 수 있다”며 “심한 탈수는 콩팥에 손상을 줘 급성 콩팥병이 생겨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위고비뿐 아니라 강력한 체중 감량을 하면 담석이 잘 생기고 담낭염이 올 수 있다”며 “가령 해외여행을 갔다가 이런 일이 생기면 급하게 응급 수술을 받는 등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했다.
김 학회장은 특히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김 학회장은 “2형 당뇨병 환자들이 위고비를 잘못 쓰면 혈당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합병증인 망막증이 확 나빠져서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비만 치료제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소에 도움을 준다. 김 학회장은 “음식을 먹을 때 위장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변형해 약물로 만든 것”이라며 “뇌의 식욕 억제 중추에 작용해 음식을 더 이상 먹고 싶지 않게 만든다”고 했다.
위고비는 체질량 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고도 비만 환자나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비만의 동반 질환을 보유한 성인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허가됐다. 전문의약품이므로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복약지도가 필요하다.
김 학회장은 같은 제약사에서 만든 비만 치료제 ‘삭센다’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약재의 분자 구조가 비슷하다”면서도 “위고비가 한 단계 더 발전된 것”이라고 했다. 김 학회장은 “삭센다는 매일 1회 투여하고, 위고비는 일주일에 1회 피하 주사로 투여한다”며 “제약사가 도매에 공급하는 가격은 큰 차이가 안 난다. 하지만 위고비의 소비자 가격이 더 비싼 이유는 유통 과정에서 필요 없는 마진이 붙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쓰기 힘든 상황”이라고도 했다.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가 체중 감량에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국내 처음 출시된 지난 15일에는 병의원이 앞다퉈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유통사 홈페이지 서버가 약 1시간동안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비만에 해당하는 환자만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온라인에서 위고비를 사고파는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고 발표했지만, 출시 직후 개인이 온라인으로 매매하려는 불법 거래 움직임이 잇따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