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재난문자 중복 발송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같은 내용의 재난문자를 여러 번 보내 국민들의 불편과 불안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다만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안부는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 예규를 올해 말까지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행안부가 예규를 바꾸기로 한 건 같은 내용의 재난문자가 여러 번 발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행안부 관계자는 “여러 시·군·구에서 오는 재난문자를 받아 ‘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9월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도 재난문자를 보낼 수 있게 바뀐 이후, 코로나 등이 겹치면서 1년간 재난문자 발송 횟수가 2019년 911건에서 2020년 5만4734건으로 늘었다.
예규가 바뀌면 우선 정부와 지자체가 보내는 재난문자의 내용이 구분된다. 정부가 일반적인 정보를 보내면 지자체가 구체적인 행동 요령 등을 발송한다. 예컨대 폭설이 내렸다면 정부는 ‘기상청이 대설경보를 발령했다’는 문자를 보내고, 지자체는 ‘어느 도로의 통행이 제한됐으니 이곳을 우회해서 운전해달라’는 내용을 발송하는 식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정부보다 현장의 상황을 잘 아는 만큼, 지자체가 구체적인 사안을 담아 재난문자를 보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문자 담당자가 문자를 보내기 전 이미 이전에 비슷한 내용의 재난문자가 발송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든다. 문자를 발송하기 직전 정부나 시·도에서 보낸 재난문자의 내용을 보여주며 ‘비슷한 내용의 재난문자가 이미 발송됐는데 그래도 보내겠느냐’는 식의 알림을 띄우는 식이다. 행안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재난문자의 일종인 ‘안전 안내 문자’로 발송되고 있는 경찰청 실종 안내 문자는 경찰청에서 별도 시스템을 마련해 발송한다. 매년 발송되는 재난문자의 20%가 경찰청 실종 안내 문자인데, 실종 안내 문자를 별도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서다. 행안부 관계자는 “앞으로 안전 안내 문자는 그대로 받으면서 실종 안내 문자만 차단할 수 있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행안부가 예규를 바꿔도 지자체는 지금처럼 비슷한 내용의 재난문자를 여러 번 보낼 수 있다. 개정된 예규가 강제 사항은 아니라는 뜻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이 심각하거나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이 생겼다면 행안부 차원에서 지자체에 재난문자를 보내지 말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