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표결 날 여의도 모인 시위대 - 비상계엄의 여파로 연말 예약이 줄취소되면서 식당, 호프집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경찰은 이날 여의도에 15만명이 몰렸다고 추산했다. /조인원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시민들의 삶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연말 송년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고, 외국인들의 투숙·행사 취소 속출로 호텔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찰·소방을 비롯한 일선 공무원들은 연일 비상 대기를 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들은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며 “코로나 때보다 혹독한 겨울이 될까 두렵다”고 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30대 자영업자 A씨는 “연말 대목을 다 망쳤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부터 단체 예약 수십 건이 모조리 취소됐다. 그는 “요즘 걸려오는 전화는 예약이나 배달 주문이 아니라 예약 취소뿐”이라고 했다. 정부종합청사와 인근 식당가에도 비상계엄 사태 직격탄을 맞은 정부 부처들의 예약 취소 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서촌의 한 식당 주인은 “외국인 관광객도 요즘은 거의 없다”며 “각국 정부가 서울 주요 도심 방문 자제를 권고한 탓 같다”고 했다.

한 음식 출장 서비스업체도 비상계엄 해제 당일인 지난 4일 이후 예약 취소 통보를 계속 받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예년보다 예약 문의가 덜했는데, 그나마 잡힌 행사 예약도 모조리 취소되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이창민(39)씨는 “최근 계엄 사태로 12월에 잡은 약속을 모두 취소하거나 해를 넘기기로 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악영향이 코로나 때보다 심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한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정부가 자영업자의 빚 변제를 지원하는 새출발기금 신청 방법을 묻는 글들도 많다. 한 자영업자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하루 전(2일)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민생토론회에서 노쇼(no show)와 악성 후기 피해에 대한 구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윤 대통령이 진짜 ‘노쇼 주범’”이라고 했다.

성탄절과 연말 특수를 노리던 호텔 업계도 비상이다. 서울 중구의 A호텔엔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자마자 “지금 취소해도 되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호텔 관계자는 “광화문 인근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숙객들이 ‘교통 통제로 인한 악영향은 없겠느냐’고 문의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의 B호텔 역시 비상계엄 선포 직후 외국인 투숙객들이 프런트 데스크로 몰려와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느냐”고 묻느라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호텔 측은 “호텔은 정상 운영되고, 고객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지킬 테니 안심하라”고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12월은 정부 기관이나 외국 대사관, 대기업과 각종 학회에서 주최하는 각종 모임으로 호텔 연회장 예약이 가득 찰 때지만 시내 호텔들은 비상계엄 여파로 줄줄이 취소되는 예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토요일인 지난 4일 경찰·소방을 비롯한 일선 공무원들은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처리 시도에 대부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경찰은 서울 여의도에만 기동대 중대 140여 개를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는 가뜩이나 각종 정치 집회로 도심이 몸살을 앓았는데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주말이고 연말이고 죄다 반납해야 한다”며 “일선 경찰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소방도 탄핵 인용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하고 각종 집회에서의 사고 방지 대책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계엄 선포 당일 간부뿐 아니라 6·7급 공무원에게도 ‘긴급 소집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 공무원들은 아이를 맡기기 위해 ‘시부모 소집령’을 내리기도 했다. 장관이 사임한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직원들은 “이제 다 죽었다는 분위기로 비상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상계엄이 연말에 선포됐고, 혼란스러운 정국도 장기화될 전망”이라며 “식당·호텔·배달 음식 등 소비자 심리(행복하고 단란한 분위기)가 중요하게 작용되는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도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로 인한 부담은 5100만 한국인들이 할부로 갚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