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의 주역인 노상원(62·육사 41기·예비역 육군 소장) 전 정보사령관이 운영했다는 점집은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의 한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 1층에 있었다. 빌라가 밀집한 주거지에 있는 이곳은 이른바 ‘롯데리아 계엄 회동’이 있었던 롯데리아 상록수점과 약 1.5㎞ 떨어져 있다. 걸어서 약 20분이 걸리는 거리다.
21일 오전 본지가 찾은 이곳 점집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현관문 앞에서는 채 가시지 않은 향냄새가 났다. 현관문에는 빨간색 ‘만(卍)’자와 함께 ‘안산시 모범 무속인 보존위원’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몇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현관문 앞에는 북어가 잔뜩 쌓여 있었고, 제사상에 오르는 잡채도 바짝 마른 채 북어 위에 놓여 있었다. 현관문 앞 창고로 쓰이는 공간에는 점집에서 사용하는 대형 초가 쌓여 있었고, 그 옆에 있는 대형 유리병에는 ‘소원성취’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막걸리와 소주 등 술병도 보였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이번 계엄을 기획한 ‘비선’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지난 1일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대령 2명과 함께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지난 18일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2019년쯤 전역한 이후 이곳에서 여성 2명과 함께 무속인으로 활동해 왔다고 한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일에도 이곳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지난 15일 이곳 점집에서 노 전 사령관을 체포할 당시 그가 쓰던 수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기자들이 몰려들길래 무슨 일이 있나 했는데 (노 전 사령관이) 여기 머물렀다는 건 전혀 몰랐다”며 “근처 롯데리아에서 만난 이유가 이해가 된다”고 했다. 또 다른 동네 주민 A씨는 “점집에 남자분이 있다는 건 알았는데 전직 사령관일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풍채가 있어 지나다니면서 (노 전 사령관이) 자주 눈에 띄었다”고 했다.
주민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 점집 건물 외벽에 ‘아기보살’이라는 현수막이 달려 있었지만, 노 전 사령관 관련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오자 철거됐다고 했다.
한편 계엄 이틀 전 노 전 사령관과 함께 ‘롯데리아 계엄 회동’에 참여했던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20일 구속됐다. 공조수사본부는 이들이 현직 대법관인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체포하는 계획을 세웠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노 위원장과 선관위 직원들을 케이블 타이로 묶고 두건을 씌우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