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니 내 새끼. 얼마나 뜨겁고 아팠을까... 손 한 번 더 잡아 줄걸....”
29일 오후 찾은 전남 무안공항엔 사고 비행기 탑승객 가족들이 가족의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의 신원 확인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곳곳에서 “내 새끼 어떻게 해” “어떻게 이렇게 떠날 수 있어” 하며 통곡했다.
제주항공 7C2216편의 탑승객 명단을 보면 대다수는 같은 성을 가진 일가족 단위 승객들이었다. 2010년대 출생자, 올해 수능시험에 응시한 2005년생 탑승객도 있었다.
무안공항 1층에서는 소방당국에서 신원확인이 된 탑승자의 이름을 호명하기도 했다. 자신의 가족의 이름이 호명된 것을 들은 한 가족은 “죽었네... 살았을 줄 알았는데, 죽었네”를 외치며 자리에서 실신했다.
사망자 이진성(61)씨의 친누나라고 밝힌 한 여성은 “동생이 올해 퇴직하면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다”며 “평생 고생만 하다가 이제 조금 살만해졌는데, 어떻게 하냐”고 했다. 그는 “87세 노모 바로 옆에 살면서 아침·저녁 어머니 식사를 챙기던 동네에서 알아주는 효자였다”며 “우리 엄마도 죽겠네...”라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장안숙(59)씨의 아들 조건영(35)씨는 직장 동료와 함께 태국 방콕 여행에 다녀왔다고 한다. 장씨는 “27D 좌석에 앉았던 아들은 수영을 좋아했었다”며 “일년 내내 열심히 일하고 연말 여행을 다녀오는 중이었다”고 했다.
장씨는 “친구들에게 늘 잘하라며 인사를 전하던 아들이었는데...”라고 아들을 떠올리다 이내 오열했다. “손 한 번 더 잡아줄걸, 내 새끼, 얼마나 뜨겁고 아팠을까...”
오인숙(54)씨는 동생 오인경(49)씨가 남편과 함께 연말 여행을 다녀온 상황이라고 했다. 오씨는 “동생 부부는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늘 사이가 좋았다”며 “23세 조카가 이번에 비행기에 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홀로 남은 조카가 걱정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남 순천에 계신 오씨 부모님은 아직 사고 상황을 모르고, 손주들에게 오인숙씨의 여동생 안부만 찾고 있다고 한다. 막내딸이라 집안의 보물 같았다고 한다. 얼마 전에 자매들이 부모님을 보시고 부산 여행도 다녀왔다고 했다.
오씨는 “처음 뉴스로 사고를 봤을 때는 꼬리만 조금 탔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가, 조카 연락을 받고 알게 됐다”며 “무엇을 줘도 아깝지 않은 동생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번 제주항공 비행기에는 지역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떠난 사람들도 많다. 은퇴한 공무원들, 퇴직자끼리 연말 맞이 여행을 떠났다가 비극을 맞이한 이들도 적잖다. 은퇴한 이후 동료 직원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정정애(62)씨는 암 투병을 한 뒤 쾌차 후 처음으로 여행을 갔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정씨의 딸 이훈희(39)씨는 “어머니는 암 투병을 하셨고, 쾌차 후 처음으로 여행이라 오랜만에 웃는 모습을 봤다”며 “어머니의 웃는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처음엔 구조된 사람이 2명이라는 소식만 들려 괜찮을 줄 알았는데, 도착 후 사고 현장의 폭발 소식을 듣고 모든 게 무너졌다. 어머니의 시신이 훼손됐을 것 같아 슬프고 고통스럽다”며 오열했다.
이날 오후 5시쯤 무안공항 1층에서 뉴스를 보던 박모(64)씨는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여동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박씨는 “여동생이 아침에 태국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도 전화를 했다”며 “돌아오면 광주에서 같이 점심을 먹자고 했는데...”라며 울먹거렸다.
박씨와 5살 차이인 여동생은 연말을 맞아 남편과 26살 외동딸과 함께 태국으로 여행을 갔다고 했다. 그는 “탑승객 명단에서 동생 이름을 확인했는데 생사 여부를 모른다”며 “11시부터 기다렸는데 애가 탄다”고 했다.
박씨는 노모에게 여동생 소식을 아직 전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노쇠한 어머니가 소식을 들으면 쓰러지실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