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어떡해….”
29일 오후 3시쯤 전남 무안국제공항 3층 가족 대기실에서 제주항공 관계자가 유가족에 사고 상황을 전하자 가족들은 흐느껴 울었다.
이날 오전부터 무안국제공항에는 사고 비행기 탑승객 가족 등이 몰려들었다.
소방 당국이 탑승객 가족들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와 상황을 설명하기로 하자 100여명이 넘는 인파가 회의실에 몰려들었다.
관계자가 “불이 나서 항공기가 전체 전소됐다”고 말하자 가족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흐느꼈다. 일부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었다.
이후 이정현 전남 무안소방서장이 “여객기 탑승자 181명 중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을 끝내자마자 회의실 안은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가족 중 누군가가 “생존자는 아예 없는 것이냐”는 질문을 하자 이 서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안타깝지만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한 여성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다른 남성은 울분을 토하며 “어떡해”라는 말만 거듭할 뿐이었다.
가족들은 “아이고 어제 전화했는데... 놀러 간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만 하염없이 쏟아냈다.
이어 관계자가 “사고 위치 근처에 임시 영안소가 마련됐다”고 설명하자 가족들은 동요했고 울부짖으며 주저 앉는 사람도 있었다. 가족들은 관계자의 설명을 들을 틈도 없이 양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았고 곳곳에서 “아아!”라는 비명이 나왔다.
검은 코트를 입고 온 한 여성은 손을 들고 “가족이 (희생자를) 더 빨리 찾으니 우리를 (사고 현장으로) 보내달라”고 관계자에게 애원했다. 바닥에 주저 앉아 우는 중년 여성을 또 다른 유족이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어깨를 토닥여주기도 했다.
일부 탑승객 가족들은 사고 현장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인 탓에 출입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공항 관계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사고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무안공항을 찾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려달라” “가족들을 생각해달라”는 등 탑승객 가족들의 요구도 이어졌다.
최 권한대행은 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알겠습니다”는 짧은 답변을 내놓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7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는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했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고, 전체 탑승자 가운데 승무원 2명만 구조돼 목포지역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다.
소방 관계자는 “승객들이 충돌 충격에 의해 활주로 부분으로 이탈해 시신 훼손이 심각한 상태”라며 “총 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체는 거의 파손됐고 사망자들도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태”라며 “유해 위치를 확인해 수습하고 있어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