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추락해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뉴스1

29일 179명이 숨진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공항 외벽을 들이받은 사고기는 동체 꼬리와 날개 부분 형체만 간신히 남아 있었다. 두 동강 난 기체 앞부분은 아예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시신 수습에 나선 구조대원들조차 “이렇게 참혹한 현장은 난생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

기체 주변 곳곳에선 하얀 연기가 쉴 새 없이 피어올랐다. 화재는 오전에 진압됐지만 열기는 오후까지도 느껴질 정도로 강렬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 불에 그을린 비행기 파편과 파손된 여객기 좌석, 주인 잃은 탑승객들의 가방과 신발 등 소지품이 기체 주변에 널브러져 있었다. 사고 현장 인근의 전봇대와 철조망에는 산소마스크와 구명조끼가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한 소방대원은 “기체에서 200m 떨어진 곳까지 승객 소지품과 비행기 파편이 발견됐다”며 “어지럽게 뒤엉킨 파편 때문에 작업이 어려웠다”고 했다.

공항 담벼락 밖에 취재진과 인근 주민들이 몰려온 가운데 사고기 부근에선 절단기 작업 소리가 들렸다. 한 구조대원은 “파손된 기체와 승객들의 신체가 서로 엉켜 있어 파손 부분을 하나하나 잘라내느라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했다. 다른 구조대원은 “출동 당시 훼손된 시신이 뒤엉켜 있는 등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고 했다. 당국은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시신 등 무참한 현장을 가리기 위해 현장 곳곳에 검은색 천막을 쳤다. 이후 시신을 임시 안치소로 운구한 뒤 지문 등으로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소셜미디어에 급속히 확산한 사고 영상에 많은 시민이 충격을 받았다. 바퀴를 내리지 못한 체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사고기는 빠르게 달리다가 활주로 외벽과 충돌한 직후 거대한 화염을 일으키며 폭발한다. 인근 민가 등에서 다양한 각도로 불타고 있는 사고기나 검은 연기가 맹렬히 피어오르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도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시민들은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사람들인데” “이게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니” “당분간은 비행기를 못탈 것 같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전라남도의사회와 광주시의사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사고 장면을 직접 목격하거나 영상으로 접한 사람은 2차 외상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신적 트라우마는 장기적으로 심리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