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 수색 등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사고 여객기는 무안공항 1번 활주로에 접근해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떠올랐다. 그러나 완전히 떠오르지 못하고 고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이상이 있어 이동 경로가 짧은 쪽으로 착륙 허가를 받고 다시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

통상 비행 중인 항공기에서 착륙 전 이상이 생기면 선회를 하며 비상 상황에 먼저 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시 모를 화재나 폭발 사고에 대비해 남아있던 항공유를 상공에서 버리거나, 연료를 모두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상 관제탑은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관제탑에서 공항소방대 등에 비상상황에 대해 준비시키고, 활주로에 소화 약제를 도포해 화재를 예방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게 보통의 절차다. 특히 이날 사고가 난 항공기 기종인 B737-800 기종은 공중에 연료를 뿌리는 기능이 없어, 반드시 상공을 선회하며 연료를 소진해야 했다.

유언해야하나… 탑승객의 마지막 메시지 - 29일 무안국제공항 사고 여객기 탑승객이 가족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탑승객은 "새가 (여객기) 날개에 껴서 착륙 못 하는 중"이라고 했다. /뉴스1

그러나 사고 여객기는 1차 착륙 시도 실패 이후 길게 선회하지 않고, 곧바로 2차 착륙을 시도했다. 국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조류 충돌로 인해 항공기 조정에 어려움이 있어 1차 착륙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후 다시 떠올라 관제탑과 상의해 완전히 다른 데로 가야 하는데, 긴급하게 짧은 쪽으로 허가받고 내려왔다”고 밝혔다. 조종사는 오전 8시 59분 ‘메이데이’를 선언한 뒤 1분 만에 재착륙을 시도했다. 착륙 후 화재나 폭발에 대한 대비를 할 틈이 없어 결국 여객기가 전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상공에서 기체가 오래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류 충돌 피해로 인해 항공기 조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어 빠른 착륙이 불가피했을 수 있단 뜻이다. 황호원 한국항공대학 교수는 “통상 비상착륙이 필요한 여객기는 상공에서 항공유를 버리거나 소진하는 등의 준비를 해야만 하는데 이번처럼 곧바로 재착륙을 시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기체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 상공에서 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종 결정권자인 조종사가 곧바로 재착륙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